[국가전략 다시 짜자] 제2부.끝 : (10) '신뢰의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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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의 네트워크 시급 ]
"아시아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다"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의 불길이 한국에까지 번질 무렵 한 외국 학자는
아시아 위기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굳이 그의 논리를 따르지 않더라도 "신뢰"는 각국의 경쟁력을 기르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미 MIT대의 잉글하트 교수는 사회구성원간의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무역과 투자가 활성화됨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국은 기업구조개혁 이후 새로운 성장원천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지배구조, 경영자의 경쟁력, 첨단기술 등이 성장의
원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선 각 요소들을
이어주는 "끈"이 필요하다.
이같은 끈이 바로 구성원간의 "신뢰"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신뢰를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천으로 보고 있다.
기업간 거래에서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거래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이란 시장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신용조사비용, 보험비용 등이 해당된다.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보면
후쿠야마의 주장은 한층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보자.
기업이 환경적응업이란 점을 감안했을때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은 환경대응적
인 지배구조다.
즉 계열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결국 기업간 거래에서 신뢰관계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계열사를
무리하게라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얼마전 S전자에서는 협력업체 직원이 S전자의 경쟁업체 관계자와 함께
공장에 들어가 설비기밀을 빼내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S전자 입장에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차라리 부품계열사를
세우자"는 생각을 할 법하다.
한국에서 재벌체제가 형성된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이같은 신뢰의
부족이다.
이 점에서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의 주장도 후쿠야마 교수의 지적과 다르지
않다.
그는 "견고하게 구축된 신뢰관계는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나아가 위기시에
내부통합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적부문과 사적부문의 신뢰를 동시에 높이는 데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그러면 어떻게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가.
우선 정부부문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에 신뢰를 주는 기본 요건이다.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이를 따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전한 경쟁의 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룰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되 공정한 경쟁의 결과는
모두가 승복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다만 과거 잘못을 바로 잡는데 치중해 기존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것만은 방지해야 한다"(세종연구소 박기덕 연구원).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절실하다.
사문화된 법규나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법제도는 과감히 고쳐야 한다.
지킬 수 없는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경제주체들 사이의 신뢰관계는
깨지기 쉽다.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되 법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해선
명확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경실련 관계자)
기업부문의 경우 자율적인 계약에 따라 신뢰의 네트워크를 갖추어 나가는게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대기업의 시각은 신뢰관계
구축을 가로막는다.
"협력관계를 통해 얻은 성과를 중소기업에게도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중소기업청 이상훈 사무관).
대기업과 대등한 교섭력을 기르기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시혜를 주는 대상으로 대기업을 바라봐서는 안된다"(전경련
고위관계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들간의 거래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시스템 구축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무형의 자산인 신뢰관계는 깨뜨리기는 쉽지만 새롭게 형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단 견고하게 형성된 신뢰관계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석진 수석연구원은 "항만이나 도로가 사회간접자본인
것처럼 신뢰의 네트워크도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기본 인프라"
라며 "사회 구성원간 신뢰구축을 위한 투자는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
"아시아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다"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의 불길이 한국에까지 번질 무렵 한 외국 학자는
아시아 위기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굳이 그의 논리를 따르지 않더라도 "신뢰"는 각국의 경쟁력을 기르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미 MIT대의 잉글하트 교수는 사회구성원간의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무역과 투자가 활성화됨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국은 기업구조개혁 이후 새로운 성장원천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지배구조, 경영자의 경쟁력, 첨단기술 등이 성장의
원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선 각 요소들을
이어주는 "끈"이 필요하다.
이같은 끈이 바로 구성원간의 "신뢰"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신뢰를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천으로 보고 있다.
기업간 거래에서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거래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이란 시장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신용조사비용, 보험비용 등이 해당된다.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보면
후쿠야마의 주장은 한층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을 보자.
기업이 환경적응업이란 점을 감안했을때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은 환경대응적
인 지배구조다.
즉 계열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결국 기업간 거래에서 신뢰관계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에 계열사를
무리하게라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얼마전 S전자에서는 협력업체 직원이 S전자의 경쟁업체 관계자와 함께
공장에 들어가 설비기밀을 빼내려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S전자 입장에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차라리 부품계열사를
세우자"는 생각을 할 법하다.
한국에서 재벌체제가 형성된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이같은 신뢰의
부족이다.
이 점에서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의 주장도 후쿠야마 교수의 지적과 다르지
않다.
그는 "견고하게 구축된 신뢰관계는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나아가 위기시에
내부통합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적부문과 사적부문의 신뢰를 동시에 높이는 데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그러면 어떻게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가.
우선 정부부문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에 신뢰를 주는 기본 요건이다.
정부 정책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이를 따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전한 경쟁의 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룰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되 공정한 경쟁의 결과는
모두가 승복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다만 과거 잘못을 바로 잡는데 치중해 기존의 신뢰관계를 훼손시키는
것만은 방지해야 한다"(세종연구소 박기덕 연구원).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절실하다.
사문화된 법규나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법제도는 과감히 고쳐야 한다.
지킬 수 없는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경제주체들 사이의 신뢰관계는
깨지기 쉽다.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되 법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해선
명확한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경실련 관계자)
기업부문의 경우 자율적인 계약에 따라 신뢰의 네트워크를 갖추어 나가는게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대기업의 시각은 신뢰관계
구축을 가로막는다.
"협력관계를 통해 얻은 성과를 중소기업에게도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중소기업청 이상훈 사무관).
대기업과 대등한 교섭력을 기르기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시혜를 주는 대상으로 대기업을 바라봐서는 안된다"(전경련
고위관계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들간의 거래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시스템 구축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무형의 자산인 신뢰관계는 깨뜨리기는 쉽지만 새롭게 형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일단 견고하게 형성된 신뢰관계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석진 수석연구원은 "항만이나 도로가 사회간접자본인
것처럼 신뢰의 네트워크도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기본 인프라"
라며 "사회 구성원간 신뢰구축을 위한 투자는 경제성장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한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