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계열사간 거래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채권단이 실사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계열사간 자금거래와 물품거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일부에서는
거래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마저 없어 채권채무관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자산실사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최근 계열사간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우 계열사의 거래가 두회사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 계열사들이
얽혀있는 다자간 거래여서 이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A사는 B사에 자금이나 물건을 제공하고 B사는 C사에,
C사는 D사에 건네주는 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라며 "금액과
거래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계열사간 거래관계를 끊고 계열분리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19일부터 계열사간 거래관계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으
나 각 계열사별 채권단간에 합의를 본 것은 거의 없다"며 "실사작업을 일정
대로 마무리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거래관계를 뒷받침하는 증빙서류가 없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수출용 자동차를 (주)대우에 납품하면서 일부는 증빙
서류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쌍용차 채권단과 (주)대우 채권단간에 채권유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올해들어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된 대우그룹이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급하게 끌어쓰다보니 증빙서류없이 거래가 이루어진
것들도 많다"며 "각 계열사별 워크아웃 계획을 짜고 있는 채권단들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쟁점사안에 대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채권단 일부에서는 대우 계열사간 채권채무를 상계처리하고 남는
금액을 무담보채권(채무)으로 간주, 워크아웃 계획을 짜라는 기업구조조정위
의 방침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채권단의 또다른 관계자는 "5대그룹에 속하는 거대기업의 계열사간 거래에서
채권채무를 상계해서 처리할수 있을 만큼 단순한 거래는 거의 없다"며 "각
채권단이 대우 계열사의 채권채무금액만 내놓으면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탁상행정이 실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열사간 자금거래도 복잡하다.

대우캐피탈은 2조6천억원을 계열사에 중개콜자금으로 빌려줬으나 아직도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이 심각해진 대우그룹이 계열금융기관을 통해 콜자금을 끌어다가
하루하루 자금을 메우다보니 일부는 채권채무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중개콜자금이 얼마나 되돌아올 것인지가 확정되지 않아
자산실사결과를 발표하기가 곤란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주식평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우자동차를 포함한 비상장주식의 경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상장주식은 시가를 적용하면 되지만 감자(자본금감축)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아 정확히 주식가치를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기업구조조정위는 22일 채권단과 모임을 갖고 11월2일까지 워크아웃방안을
확정짓기로 했으나 예정대로 끝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