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남 < 농협중앙회 부회장 >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차기협상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농산물분야를 비롯해 대책마련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협상자체만 부각될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수 있는
농가지원 문제는 소홀히 다뤄지는 듯해서 안타깝다.

지난달말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WTO 차기협상을 주도할 미국의 농가지원 정책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의 농가지원정책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최대 경제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IMF는 세계경제가 금년에 3%,내년에 3.5% 성장할 것으로 최근 상향
전망했다.

세계 경제회복의 1등공신은 아무래도 세계 수요증가의 절반을 차지한
미국이다.

미국경제는 지난 3년동안 과거 성장 잠재력을 훨씬 상회하는 연평균 4% 성장
했다.

그러나 미국 농민들에게 경제호황은 먼나라 이야기다.

아시아 금융위기이후 국제 곡물값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내 농업지역의 가뭄 홍수 태풍 피해로 80년대 미국의 농업불황이후
2년연속 최대 위기에 빠져 있다.

농업불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전통적으로 두가지이다.

첫째는 정부가 시장에 더 많이 개입하여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농가에 더 많은 재정적 도움을 직접 주는 것으로 농업보조금
이나 직접지불제(직불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유럽연합(EU)은 예산의 절반을 농가 직접지원에 지출한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하여 작년에 농업법
(95년)에 근거한 55억달러 이행보조금을 조기 방출했고 추가로 60억달러를
농가에 긴급 지원했다.

본인이 워싱턴에 있는 동안에도 농가에 대한 긴급지원을 둘러싸고 상하
양원에서 격론이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의회 논의과정에서 농가지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입찰가 올라가듯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결국 87억달러라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농가 긴급지원 예산이 지난 13일
통과됐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제한하는 농업보조금이 아닌 직접지불제로 농가
지원을 한다.

리차드 로밍거 미 농무부차관은 정부의 이러한 농가지원을 "주권
(sovereignty)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 농민들도 IMF사태이후 농가부채 농산물값 하락등으로 미국농민
못지않게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WTO 차기협상을 맞고 있다.

뉴라운드 각료선언문안을 놓고 국내에서 야단법석이지만 정작 뉴라운드를
주도하는 미국이 농가에 직불제로 추가지원하는 87억달러에 대해서는 국내에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WTO규정을 빌미로 농가지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직불제 중심으로 농업정책을 보완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직불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농가지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주권" 문제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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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