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와 함께 세계 최상급 와인의 생산지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네파 밸리.

그 비밀을 엿보고자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 관문인 금문교는 안개에 싸여 이번 여정을 더욱 신비롭게
했다.

1시간 남짓 동북쪽으로 달려 네파에 이르렀을 때는 여전히 안개속이었다.

네파에서 10km 쯤 달렸을까.

안개는 흔적조차 사라지고 황금빛 농원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에는 침엽수로 자욱한 산맥이 뻗어 있었으며 오른편에는 산자락이
누렇게 물든 활엽수로 덮힌 바위산 연봉이 줄지어 있는 계곡이 나타났다.

네파는 동서의 너비가 약 7km, 남북 60km나 되는 협곡이었다.

1969년 파리의 와인 품평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처녀 출품된 네파 밸리산 포도주가 "더 이상 이를데 없는" 품질로 찬사를
받은 것.

이를 계기로 네파산 와인은 세계 최고 포도주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한때 금광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던 네파 밸리는 1850년대까지 텅빈 고을
이었다.

이 지방의 토양은 척박해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1870년께부터 동구권 이주자들이 몰려 들어 땅을 차지하게 됐다.

포도에 관한 한 네파 밸리는 천혜의 길지였다.

프랑스 보르도지방 토양보다도 더욱 척박한 화산암이다.

여기에다 기후도 지중해성이어서 포도 재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비는 겨울에 주로 내리고 포도가 맺히고 여무는 여름과 가을에는 일조량이
매우 많다.

또한 여름과 가을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15~20도가 보통이다.

양조용 포도는 당도와 산도가 동시에 높아야 한다.

당도는 알코올량을 결정하고 산도는 와인의 향과 맛을 결정하게 된다.

포도 수확기에 일교차가 커야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므로 네파 밸리는
포도의 낙원이라 할 수 있다.

네파 밸리에는 2백50여곳의 포도 농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양은 캘리포니아 와인의 3%에 지나지 않지만
프리미엄급을 독차지 하고 있다.

네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와인 상품에만 미국 정부가 증명하는 원산지 표기
허가 증명인 "네파 밸리"를 표기할 수 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각 양조장에 들러 무료 시음과 맘에 드는 와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인디언도 버린 척박한 땅이 오늘날 미국 전체 포도농원 중에서 가장 값 비싼
곳으로 변할 줄 누가 알았으랴.

< 네파밸리(미 캘리포니아주)=이종기 두산씨그램 공장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