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용지를 지정하고 장기간 개발하지 않으면서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건설교통부는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한 뒤 일정기간 이상 개발
하지 않을 때는 보상을 하도록 서둘러 도시계획법을 개정해야 하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문희 재판관)는 22일 박모(경기도 성남시)씨
등 18명이 낸 도시계획법 4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선고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일정기간동안 사업에 착수하지 않은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해줄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 등은 땅이 지난 82년 학교용지로 지정된 뒤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고 묶여있는 만큼 명백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용지로 지정한 뒤 개발해야 하는 기한에 대해 재판부는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사업시행 착수기간(5년)이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헌재는 그러나 "과거에 발생한 모든 재산적 손실을 소급해 보상할 필요는
없다"며 "토지소유자가 도시계획시설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토지매수청구권, 수용신청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상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재는 당장 위헌을 결정할 경우 법적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단 해당조항을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하되 2001년말까지 입법 조치를
취하라고요구했다.

이와관련, 건설교통부는 이미 도시계획법 관련규정 개정작업을 마쳤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가 반영되도록 보완해 입법작업을 서둘러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