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김준태(1948~) 시집 "참깨를 털면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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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이 뛰놀던 유년시절, 전쟁 속에서 보낸 젊음, 그리고 이제는 생활의
무거운 짐과 함께 세속화된 삶을 살고...

이 짧은 4행 속에 불행한 나라에 사는 소시민의 슬픈 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 시의 액센트는 미래의 자신에 대한 회의와 자조가 짙게 밴
마지막 행.

이 구절이 아니었다면 이 시의 긴장감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센다"라는 행위를 중심에 놓고 시를 전개하는 방법은 민요를 방불케
하는데, 시를 재미있게 읽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