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옛 상업.한일은행)의 전.현직 임직원 1백13명이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을 받았다.

문책대상자에는 상업은행장을 지낸 정지태 배찬병씨, 한일은행장을 지낸
이관우씨 행장대행을 맡았던 신동혁 한미은행장등 행장급 4명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22일 한빛은행에 대한 종합검사(6월21~7월27일)를 실시한
결과, 은행에 손실을 끼친 임원 23명과 직원 90명을 문책조치했다고 발표
했다.

임원중 정지태, 이관우씨는 앞으로 3년간 금융기관 임원이 될 수 없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나머지 임원들에겐 주의적경고(경고 2회는 문책경고대상)가 내려졌다.

문책대상은 한일은행 출신 79명(임원 14명, 직원 65명), 상업은행 출신 34명
(임원 9명, 직원 25명)등이며 이중 4명은 현재 한빛은행에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6년이후 재무구조가 나쁘거나 대출금 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한일합섬 국제상사 삼익건설 등 55개 부실기업에 부당하게 돈을 빌려줘
은행에 5천억원이상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그러나 업무상 중대과실이나 고의성, 배임.수뢰 등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한빛은행에 대한 부실책임 추궁은 공적자금이 5조원이상
들어갔음에도 검찰고발이 한건도 없어 솜방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한빛은행의 문책범위를 놓고 3개월간 고민해왔다.

징계수위에 따라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이고 국내 최대은행인 한빛은행의
경영애로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할 만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당대출한 55개 업체에서 5천억원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업무상배임이
나 뇌물수수가 한건도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건을 계기로 금융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을 정부 스스로 훼손한다
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부실책임자에겐 강도높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수없이 떠들어댔다.

그러나 서슬퍼런 엄포도 현실에선 유야무야되고 있다.

각종 주변환경에 정부가 휘둘리고 있는 탓이다.

퇴출금융기관 임직원 수백명이 형사 고발되고 재산을 압류당한 것을 감안
하면 형평시비가 일 가능성이 높다.

덩치가 크거나 현직에 있으면 다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빛은행의 검사결과를 지켜본 조흥 외환 제일 서울 평화 등 공적자금이
들어간 시중은행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한빛은행 이상의 부실책임을 묻기 어려워 사실상 "면죄부"를 얻은
셈이다.

금감원은 한빛은행이 갖고 있는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의 부실여신도 손실
규모가 확정되면 다시 검사해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자세에 비춰볼때 문책수위가 크게 높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거액부실의 책임을 물어 주의적
기관경고를 내리고 문헌상 이광수 김영빈씨 등 전 행장 3명(주의적경고)과
임직원 14명을 문책했다.

수출입은행은 96년이후 45개 해외현지법인에 부당대출해 1천억원이상의
손해를 보는 등 모두 2천7백79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