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된 금융기관의 청산인이나 파산관재인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선임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정리업무가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져 금융기관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 22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금융기관
의 최대채권자일 경우 청산인이나 파산관재인으로 반드시 선임되도록 예금자
보호법을 개정하기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합의했다고 24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청산인이나 파산관재인에 주로 변호사들이 선임돼 왔으며 예보
직원이 선임된 것은 지난 18일 대한종합금융 파산관재인으로 이강록(현
대한종금 청산인)씨와 최형기 변호사가 공동선임된 것이 처음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법률개정안에 단순히 예보를 선임할 수 있다는 조항만
첨가하면 법원에서 이를 무시하고 종전처럼 변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공동선임을 의무화하는 강력한 조항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 법조항에는 금감위원장이 청산인 등을 추천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추천받은 사람을 선임한다고 돼 있으나 법원은 법인을 청산인으로
인정하지 않아 예보 법인은 한번도 선임된 적이 없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보 직원이 청산인에 선임되면 혹시라도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채권단에 배상책임이 생길 경우 개인재산으로 배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단순히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힘들기 때문에 예보 법인을 청산인에 선임해주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산인에 변호사가 선임되면 청산절차가 끝날 때까지 일정한
보수와 사무실 등이 계속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 구조조정
이 지연되는 폐해가 있다"면서 "공적자금을 하루 빨리 회수해야 하는 예보가
청산인에 선임되면 절차가 한층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