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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도요새...인생여로 화두찾기..중견시인 산문집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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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시인들이 아름다운 산문집을 잇달아 펴내고 있다.

    고형렬(45)씨는 10년동안 퇴고를 거듭한 끝에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한울)
    를 출간했다.

    정호승(49)씨와 하종오(45)씨는 어른을 위한 동화 "항아리"(열림원)와
    "도요새"(문학동네)를 각각 내놓았다.

    이들은 시적 감수성과 깊이있는 성찰로 삶의 밑바닥에 감춰진 의미들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

    절제된 문장에 은유와 상징의 기법이 잘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한다.

    고형렬 시인의 "은빛 물고기"는 연어를 주제로 한 사색의 결정체다.

    그는 연어떼와 함께 깊은 산골에서 베링해를 거쳐 모천으로 되돌아오는
    3천2백km의 생명길을 여행한다.

    30종이 넘는 연어의 종류와 기원 분포 역사까지 탐색하면서 먹이 수온 물의
    흐름 등 물질적 순환체계를 세밀하게 그렸다.

    강과 바다를 오가며 기록한 "영혼의 경전"이라 할 만하다.

    그는 연어라는 생명체의 인연으로부터 지구와 태양계, 무량한 우주와
    무생물계로 상상력의 폭을 넓혀간다.

    "은빛"은 대양을 헤엄치는 연어가 가장 약동하는 순간의 빛깔.

    시인은 이 풍요로운 빛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깊고 다양한 울림으로 변주
    한다.

    역설적이게도 연어의 가장 큰 잔치는 죽음과 탄생이 맞물려 있는
    산란과정이다.

    비극적이면서도 환희로운 짝짓기,늙음과 소멸, 허무를 넘어 도달하는 해탈의
    경지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산문은 바닷물의 속도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시인의 목소리처럼 조곤조곤 들려오는 생명의 움직임이 행간마다 농익어
    있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의 "항아리"에는 항아리 비익조 인면조 선인장 손거울 등 상상속
    의 동물과 우리 주변의 자연 만물이 등장한다.

    16편의 작품이 부각시키는 화두는 "내가 누구인가"하는 것이다.

    이는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선인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썰물이 되고 싶어 썰물을
    찾아다니다 스스로가 밀물이자 썰물이며 곧 하나의 바닷물이라는 걸 알게
    되는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은 이들의 내면을 비추면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묻는다.

    하종오 시인의 "도요새"는 드넓은 창공에 새의 여정과 인생의 행로를 겹쳐
    놓는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세가지 생의 방향을 회화적으로 제시한다.

    신으로부터 받은 운명에 순응하는 것과 신념에 따라 유토피아를 찾아 나서는
    것, 지상의 세계로 상징되는 현실세계가 그것이다.

    그는 1만km에 달하는 도요새의 이동경로와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고 병들어
    죽기까지 체험하는 성장 과정, 이상과 현실의 문제를 대비시킨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땅에 내려 앉아야 하는
    새처럼 현실속의 상생과 합일을 꿈꾸는 시인의 세계관이 함축돼 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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