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금 1억원 활용 주택 2가구로 성공한 사례 ]

정년이나 명예퇴직을 앞둔 50대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는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직장 다니면서 푼푼이 모은 자금을 잘못 운용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치밀한 준비없이 뛰어들었다가 퇴직금마저 날리는
사람들도 많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퇴직금을 알토란처럼 불리는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전문가들은 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뛰어나면서 안정성이 높은
주택임대사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영길(54)씨는 주택임대사업으로 자신에게 닥친
IMF한파를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다.

퇴직금으로 구입한 아파트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으로 생활의 안정을 다시
찾아서인지 얼굴에 생기가 감돈다.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지난해 여름 김씨는 20여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30평형대 아파트 1채와 퇴직금 1억원이 전부였다.

자녀들의 학비는 고사하고 매달 1백만원 이상 들어가는 생활비가 당장
문제였다.

그 나이에 새 일자리 찾기가 힘든 데다 회사가 전부인 줄만 알고 살아왔기에
김씨는 막막했다.

장사를 시작해볼까, 주식투자에 나서볼까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
을 맴돌았다.

도무지 실천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했다가는 그나마 있는 집마저 다 날리고 식구들과 거리로 나앉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두고 집에서 쉬던 김씨는 3개월째에 접어들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시들해지고 이력서를 쓰는 일조차 부질없어 보였다.

난생 처음 자신이 무능력한 가장이라는 생각마저 엄습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업소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손님중 하나가 "요즘 임대가 잘 돼 월세수입이 짭짤하다"고 무심코 흘린
한 마디가 김씨에겐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

그는 바로 아파트단지 부동산업소들을 돌아다니며 현황을 알아봤다.

사실이었다.

월세물건은 나오기가 무섭게 소화되고 임대료 수준도 은행금리의 2배 수준인
월 1.5~2부에 형성돼 있었다.

김씨는 아내와 상의한 후 집을 부동산업소에 내놓았다.

집을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을 퇴직금과 합쳐 소형아파트 두채를 구입할
요량이었다.

집을 시세보다 다소 싸게 처분한 김씨는 2억원의 자금을 만들었다.

주택매입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김씨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임대가 잘 되고 월세수준이 높은 곳이 주요 타깃이었다.

일주일 이상 상계동 일대를 돌아다닌 그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발견했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편익시설이 풍부해 세입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말 이 아파트단지에 있는 25평형 두 채를 각각 8천5백만원에
구입했다.

처음부터 보증부 월세로 돌리기 위해 임대를 놓은 주택이 아닌 집주인이
살고 있는 집을 샀다.

2채를 매입하는 데 매매가와 취득세 등록세를 합쳐 2억원이 들어갔다.

김씨는 주택을 산후 곧바로 시세에 맞게 보증금 2천만원 월세 60만원에 세를
놓았다.

전세값으로는 6천만원에 월 1.5부 수준이었다.

보증금 4천만원을 회수했으니 실제 들어간 초기투자 비용은 1억6천만원인
셈이다.

< yoodh@ ked.co.kr >

[ 체크포인트 ]

이제 김씨의 수익률을 한번 따져보자.

1억6천만원을 수익률이 연 10%인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때 받는 세전
이자수익은 1천6백만원, 24.2%의 세금을 제하면 1천2백12만원이다.

매달 1백20만원을 월세로 받는 1년간의 수입은 1천4백40만원.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임대소득세로 연 64만8천원(1천4백40만원x표준소득률
4.5%)을 납부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 수입은 1천3백75만원으로 은행 이자수입보다 1백50만원 정도
많다.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7%대임을 감안하면 김씨의 수익률은 분석치보다
높다.

김씨의 기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8천5백만원에 매입한 주택이 지금은 9천5백만~1억5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가구당 1천5백만원씩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

게다가 정부에서 최근 주택을 2가구 이상 매입하면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
가능해진다고 발표한 점도 김씨에겐 호재다.

임대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흐름을 읽고 재빨리 투자에 나서 짭짤한 임대수입과 시세차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파트 투자컨설팅 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월세시장
팽창으로 임대주택 사업여건이 좋아졌다"며 "주택을 구입할 땐 임대가 수월한
역세권 소형아파트중 입주한 지 5년미만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