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수창 전 대한상의회장은 한국최초의 전문경영인이었다.

오너경영이 일반화된 재계에서는 드물게 동양맥주 및 두산그룹의 전문경영인
을 맡아 두산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또 대한상의 회장과 아시아상공회의소연합회 회장 등을 맡는 등 국내.외
경제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19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고보(현 경북중.고)와 경성고상
(현서울대경영대)을 거쳐 지난 41년 사회의 첫발을 만주흥업은행에서
내디뎠다.

해방과 함께 서울로 돌아온 그가 두산과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 때문이었다.

당시 적산기업이던 동양맥주(소화기린맥주)를 인수한 고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은 미군정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이 때 부탁을 받은 경성고상 은사인 이인기씨가 고 정 전회장을 추천했다.

65년부터 4년간 삼성그룹으로 외유를 했던 기간을 제외하곤 그는 줄곧 동양
맥주의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했다.

그 뒤에도 고인은 두차례의 두산그룹 회장과 세번의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다.

고교동창인 신현확, 김준성씨와 함께 TK대부로 꼽힌 고인은 정치권의 유혹도
많았으나 전문경영인으로 남기를 원했다.

마흔한살에 첫아들 석재(40.서울대약대 교수)씨를 얻은 그는 지난 93년 두산
그룹 회장을 끝으로 52년간의 현역 경영활동을 은퇴했다.

최근에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남산으로 어김없이 새벽산책을 한 뒤
종로4가 매헌빌딩에 출근, 연강재단이사 업무를 챙겨왔다.

전경련 원로자문단으로서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과의 오찬에 참석, 최근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고인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 은탑산업훈장과 서독정부 십자훈장
등을 받았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