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사로 인한 주식투자자들의 피해는 "최대한"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회계법인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은 실제로 사고 판 가격의 차액만 배상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부실감사 시실이 밝혀진 뒤 떨어진 가격을 모두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주가하락에 다른 요인이 있었더라도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모두
회계법인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이에따라 회계법인들은 자칫 한 건의 부실감사만 적발되도 파산으로
내몰릴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국강관(현재 신호스틸)의 경우 이미 부도난 상태여서
부실감사로 인한 배상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주경쟁이 심해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부실감사"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언제 어떤 기업에서 문제가 불거질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감사 사실이 드러나면 회계법인의 생명은 끝이다.

한국강관을 감사했던 청운회계법인의 경우 한때 회계사 1백50명을 보유한
국내 5~6위권의 대형 회계법인이었으나 기아에 대한 부실감사로 문을 닫고
말았다.

요즘 부실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다른
회계법인들도 청운의 전례를 감안해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감사기록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가 하면 법정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비, 고문변호사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