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21가지 대예측] (22) <11> 주문 생산되는 가족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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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를 경매에 부칩니다"
론 해리스라는 사람이 늘씬한 미녀 모델 8명의 난자를 팔겠다는 내용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불임 여성들을 위한 난자은행이 개설된 것은 이미 오래전.
그러나 이처럼 공개적으로 난자를 경매에 부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가격도 최저 1만5천달러에서 최고 15만달러로 매겨져 있다고 한다.
거센 비난 속에서도 이 사이트는 하루 평균 1백만건이 넘는 접속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재일 것이다.
그렇지만 해리스의 행동을 한때 흥미거리에 불과할까.
그렇지가 않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31년 어느 날.
노마의 돌 잔치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1백인치짜리 벽걸이TV 화면에서는 "아빠들"의
친구들이 인터넷을 통해 보내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나온다.
그렇다 "아빠"들이다.
노마는 부모가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빠들은 동성애자다.
아이를 갖고 싶던차에 인기 절정의 한 영화배우가 자신의 난자를 팔겠다고
내놓아 거금을 들여 사들였다.
그리고 이 난자와 한 아빠의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노마를 낳게 된
것이다.
엄마를 닮아 무척이나 예쁘다.
금세기 국어사전은 가족을 "부부를 기초로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의미는 달라진다.
"남녀의 성적 결합에 의해 탄생된 사회의 기초 단위"라는 가족의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는 얘기다.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진 한 미국인의 돌출행동은 그
변화의 단초인 셈이다.
<> 동성 부모의 맞춤가족
시험관 아기는 꽤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스물 한 살의 아가씨로 성장한 영국인
루이스 브라운.
1978년생이다.
브라운 탄생이후 전세계에서 30만명 이상의 아기가 시험관 또는 이와
유사한 시술을 거쳐 태어났다.
요즘들어 미국에서는 한해 평균 1만5천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다.
초기 수십만달러에 달하던 비용도 1만달러선으로 낮아졌다.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라면 시험관을 이용해 동성부모들도 자유롭게
아기를 갖게 됐다는 것.
또 이들이 남의 눈을 피할 필요없이 당당히 아기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자녀의 "맞춤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가족이 주문 생산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지난 96년 미국의 한 여성 게일 테일러는 "그로잉 제너레이션"이라는
동성애자 이익단체를 만들었다.
그녀는 파트너의 오빠가 기증한 정자로 임신해 97년 딸을 낳았다.
"나의 출산은 간절히 바라고 계획한 결과 이뤄진 일이고 그런 만큼 더욱
큰 은총"이라는게 그의 변이다.
같은 단체 LA 지부장인 윌 햄은 2살짜리 딸과 신생아 아들을 두고 있다.
두 아이는 각각 윌 햄 본인과 파트너의 정자, 그리고 기증받은 난자와
대리모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대리모는 현재 아기의 대모이고 가족의 절친한 친구다.
지금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 주변의 시선이 어색하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안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일반적 가정의 가족 주문생산
남녀 부모로 이뤄진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주문형" 가족구성이 이뤄진다.
부모가 혈우병 왜소발육증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유전성 질병을 갖고
있다고 하자.
지금이야 임신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멀지않아 임신중 검사로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유전공학의 발달 덕분이다.
극히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 근시 색맹 독서장애 비만등의 이상도 유전자 상태에서
미리 진단해내 치료할 수 있다.
유전병은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미 지난 92년 런던에서 체외 수정후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자궁에 이식돼
생긴 아이가 최초로 정상 출산됐다.
클로에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자궁에 이식되기전 배 단계에서 낭포성섬유증
이라는 유전병 검사를 받았다.
과학자들은 낭포성 섬유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는 세포는 버리고 두 개의
배를 자궁에 이식했다.
이 가운데 한 개가 발육해 클로에가 탄생했다.
생명공학 시대에는 아기가 자궁내에 있을 때 유전자 결함을 교정해 주지
않으면 흉악 범죄로 간주될게 분명하다.
요즘이야 결혼에 앞서 건강진단서를 교환한다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지도를
서로 주고 받는게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 가족 제도의 변화
가족 제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 국회는 최근 가족관계에 일대 혁명이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동거부부에게 정상적인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법안이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동거부부"란 동성이냐 이성이냐도 따지지 않는다.
이른바 "계약결혼"과 "동성애자의 결합"을 동시에 합법화한 것이다.
이 법안은 동거인이 법원에 "계약서"만 제출하면 결혼한 것과 똑같은 권리
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
또 서로가 원한다면 복잡한 이혼 절차없이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는 조항도
뒀다.
"애정에 의한 결합"을 보호하되 구속은 없앤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드 드 보부아르가 시도한 결혼관계의 새로운 실험
(계약결혼)이 40여년만에 비로소 합법화됐다.
가족 관계의 변화, 새로운 밀레니엄은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
론 해리스라는 사람이 늘씬한 미녀 모델 8명의 난자를 팔겠다는 내용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불임 여성들을 위한 난자은행이 개설된 것은 이미 오래전.
그러나 이처럼 공개적으로 난자를 경매에 부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가격도 최저 1만5천달러에서 최고 15만달러로 매겨져 있다고 한다.
거센 비난 속에서도 이 사이트는 하루 평균 1백만건이 넘는 접속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재일 것이다.
그렇지만 해리스의 행동을 한때 흥미거리에 불과할까.
그렇지가 않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31년 어느 날.
노마의 돌 잔치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1백인치짜리 벽걸이TV 화면에서는 "아빠들"의
친구들이 인터넷을 통해 보내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나온다.
그렇다 "아빠"들이다.
노마는 부모가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빠들은 동성애자다.
아이를 갖고 싶던차에 인기 절정의 한 영화배우가 자신의 난자를 팔겠다고
내놓아 거금을 들여 사들였다.
그리고 이 난자와 한 아빠의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노마를 낳게 된
것이다.
엄마를 닮아 무척이나 예쁘다.
금세기 국어사전은 가족을 "부부를 기초로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의 의미는 달라진다.
"남녀의 성적 결합에 의해 탄생된 사회의 기초 단위"라는 가족의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는 얘기다.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진 한 미국인의 돌출행동은 그
변화의 단초인 셈이다.
<> 동성 부모의 맞춤가족
시험관 아기는 꽤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스물 한 살의 아가씨로 성장한 영국인
루이스 브라운.
1978년생이다.
브라운 탄생이후 전세계에서 30만명 이상의 아기가 시험관 또는 이와
유사한 시술을 거쳐 태어났다.
요즘들어 미국에서는 한해 평균 1만5천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다.
초기 수십만달러에 달하던 비용도 1만달러선으로 낮아졌다.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라면 시험관을 이용해 동성부모들도 자유롭게
아기를 갖게 됐다는 것.
또 이들이 남의 눈을 피할 필요없이 당당히 아기를 키울 수 있다는 것.
자녀의 "맞춤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가족이 주문 생산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지난 96년 미국의 한 여성 게일 테일러는 "그로잉 제너레이션"이라는
동성애자 이익단체를 만들었다.
그녀는 파트너의 오빠가 기증한 정자로 임신해 97년 딸을 낳았다.
"나의 출산은 간절히 바라고 계획한 결과 이뤄진 일이고 그런 만큼 더욱
큰 은총"이라는게 그의 변이다.
같은 단체 LA 지부장인 윌 햄은 2살짜리 딸과 신생아 아들을 두고 있다.
두 아이는 각각 윌 햄 본인과 파트너의 정자, 그리고 기증받은 난자와
대리모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대리모는 현재 아기의 대모이고 가족의 절친한 친구다.
지금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 주변의 시선이 어색하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안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일반적 가정의 가족 주문생산
남녀 부모로 이뤄진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주문형" 가족구성이 이뤄진다.
부모가 혈우병 왜소발육증과 같이 치료가 어려운 유전성 질병을 갖고
있다고 하자.
지금이야 임신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멀지않아 임신중 검사로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유전공학의 발달 덕분이다.
극히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 근시 색맹 독서장애 비만등의 이상도 유전자 상태에서
미리 진단해내 치료할 수 있다.
유전병은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미 지난 92년 런던에서 체외 수정후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자궁에 이식돼
생긴 아이가 최초로 정상 출산됐다.
클로에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자궁에 이식되기전 배 단계에서 낭포성섬유증
이라는 유전병 검사를 받았다.
과학자들은 낭포성 섬유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는 세포는 버리고 두 개의
배를 자궁에 이식했다.
이 가운데 한 개가 발육해 클로에가 탄생했다.
생명공학 시대에는 아기가 자궁내에 있을 때 유전자 결함을 교정해 주지
않으면 흉악 범죄로 간주될게 분명하다.
요즘이야 결혼에 앞서 건강진단서를 교환한다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지도를
서로 주고 받는게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 가족 제도의 변화
가족 제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 국회는 최근 가족관계에 일대 혁명이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동거부부에게 정상적인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법안이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동거부부"란 동성이냐 이성이냐도 따지지 않는다.
이른바 "계약결혼"과 "동성애자의 결합"을 동시에 합법화한 것이다.
이 법안은 동거인이 법원에 "계약서"만 제출하면 결혼한 것과 똑같은 권리
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
또 서로가 원한다면 복잡한 이혼 절차없이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는 조항도
뒀다.
"애정에 의한 결합"을 보호하되 구속은 없앤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드 드 보부아르가 시도한 결혼관계의 새로운 실험
(계약결혼)이 40여년만에 비로소 합법화됐다.
가족 관계의 변화, 새로운 밀레니엄은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