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기업 해결사로서 윌버 로스 회장이 쌓아온 관록은 한마디로 화려
하다.

텍사코, LTV, 드렉설 번햄 램버트, 콘티넨털 항공 등 그의 손을 통해
기사회생한 미국 기업들은 일일이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런 그에게 아시아의 외환 위기는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97년 11월 미국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캘리포니아 연금기금, 제너럴 일렉트릭
(GE), 보스턴은행 등의 기금 10억달러를 규합해 리커버리 펀드를 설립하고
아시아 기업 살리기에 뛰어들자 포천지는 그에게 부도기업의 왕(98년 3월
16일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국의 한라그룹과 조흥은행을 비롯, 태국의 사이암 신테크사 등 아시아의
굵직한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그를 통해 이미 회생했거나 재기의 실마리를
열어가고 있다.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경제를 예측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 지수 추이를 정확하게 짚어냄으로써
비즈니스 위크에 98년의 예측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70,80년대에는 당시 월가를 풍미했던 도널드 트럼프, 칼 아이칸,
T.분 피킨즈 등 쟁쟁한 금융 거목들과 시장 분석 능력을 겨뤄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소구경 권총 사격 부문에서 미국 청소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던 그는
미술품 소장가로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개인 소장품들을 미국을 순회하며 전시된 적도 있고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
에서 별도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요즘도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민영화 정책 자문위원을 맡는 등 다양한 사회 활동에도 틈틈이 시간을 할애
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