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컴퓨터/네트워크로 무장 'e-CEO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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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여의도 트윈빌딩 서관 15층 사무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출근과 동시에 PC를 켠다.
18.1인치 액정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면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사내
인트라넷인 ''윈다모아''에 접속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일정 체크.
오늘은 임원 화상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후엔 주요 거래선인 필립스사 임원과 만나야 하고 저녁은 노조 간부진과의
만찬으로 짜여져 있다.
하루 일정을 점검한 후 오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맞은 임직원이 없는지
살핀다.
1백20명의 임직원이 해당자임을 알리는 인사담당 부서의 보고가 PC에 떠
있다.
구 부회장은 PC로 만든 디지털 카드에 축하 인사말을 쓰고 서명해 컴퓨터
자판의 엔터 키를 누른다.
한번 누르는 것으로 1백20명 모두에게 축하카드를 보내는 일이 끝난다.
출근과 함께 축하카드를 받고 좋아할 임직원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다음은 전자우편을 처리하는 시간이다.
밤 사이 20여통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그 중에는 주요 고객인 미국의 애플과 델사 최고경영진이 보내온 업무협의
내용도 들어 있다.
답장을 작성해 다시 전자메일로 보낸다.
예전엔 해외 거래선과 접촉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직접 만나러 가거나 출근
시간을 기다려 전화 통화를 해야 했다.
PC로 들어오는 전자우편이 하루 1백통이 넘어 때론 숨이 차기도 하지만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계를 보니 9시.
출근 후 1시간 정도가 지났다.
이제 결재시간이다.
윈다모아의 결재란을 클릭해 보니 결재문서가 9건 올라와 있다.
내용을 확인하고 전자서명을 한 후 담당임원 PC로 서류를 돌려보낸다.
오전 10시 구 부회장은 집무실을 나와 화상회의시스템이 갖춰진 옆 회의실
로 자리를 옮긴다.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해 있다.
오늘 회의 주제는 2000년 경영계획.
서울 본사와 평택 구미 창원 청주 우면동 연구소의 임원들이 커다란 화면을
보며 뉴 밀레니엄의 첫해에 어떻게 디지털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e(electronic)-CEO(전자 최고경영자)"가 뜨고 있다.
구 부회장처럼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무장하고 경영을 총지휘하는 CEO들이다.
IT(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모르는
경영자는 경영자 자격이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e-CEO가 기존 CEO와 가장 다른 점은 "속도(Speed)"다.
e-CEO들은 빛의 속도로 일한다.
사무실과 집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컴퓨터와 전화선만 있다면 집이든 해외출장 중의 호텔이든 모두 일터가
된다.
인터넷은 무서운 속도로 보급되고 있으며 기업 성장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진입 장벽이 없어지고 경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지 조사).
광속의 시대, 케케묵은 경영방식으론 생존할 수 없다.
아차하는 순간 비즈니스 기회는 경쟁자가 채가 버린다.
세계 최대 전자서점을 운영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나는 사무실
에서 항상 뛰어다닌다"는 말로 스피드 경영을 표현한다.
e-CEO들은 또 집중 능력과 육감이 뛰어나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말하는 것처럼 일종의 "파라노이드(Paranoid.
편집광)" 성향을 갖고 있다.
한 우물에 집중해 승부를 보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옛날처럼 몇 달씩 끌면서 사업을 검토하고 분석해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동물처럼 시장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육감이 필요하다.
IT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다.
세부적인 사항을 모르더라도 원리와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기술 흐름에 대해선 전문 엔지니어보다 더한 지식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IT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IT를 활용해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경영의 디지털화를 위해 모든 결재는 1백%
전자결재로, 보고는 사내 전자메일이나 전화로, 모든 회의는 종이 없는
PC 회의로 경영시스템을 바꿨다.
이에 따라 결재를 받기 위해 사장실 앞에서 30분이고 한시간이고 기다리던
임원들 모습은 사라졌다.
김영환 현대전자 총괄사장은 중요한 결재의 경우 결재예약시스템을 활용
한다.
결재가 가능한 시간을 정해 사전에 PC로 해당 임원에게 전달한다.
시간 낭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김한경 SK(주)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사장과의 대화" 창을 마련했다.
직접 쓴 글을 올려 임직원들을 교육시키기도 하고 사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준다.
최근엔 "e-비즈니스 추진의 중요성" "고객중시 경영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사이버 유통업체인 한솔CSN의 김홍식 사장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세계
사이버 쇼핑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즉각 사업에 반영한다.
김근무 한솔텔레콤 대표는 인터넷으로 세계 주요 정보통신 세미나 자료를
얻어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e-CEO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숫자나 수준에선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과 한번 비교해 보자.
이데이 사장은 분기별로 한번씩 이른바 "정보시스템 전략회의"를 갖는다.
사장과 정보시스템 담당 임원 7명이 모여 정보시스템 부문과 관련한 경영
과제를 정기적으로 토론하는 장이다.
소니는 평소 이사회에서도 정보시스템 투자에 관한 의제가 있으면 수시로
토의한다.
그런데도 CEO 주재로 정보시스템 회의를 정기적으로 여는 이유는 IT가
과거처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는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경영 자체의 변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음반 유통사업 진출 등이 모두 이 회의에서 구상되고
실천에 옮겨졌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소니처럼 IT를 전략적 관점에서 다루는 CEO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규모의 이익"을 지나 "시스템의 이익" "스피드의 이익"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e-비즈니스도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고객과 접촉하는 "채널 인핸스먼트
(Channel Enhancement)", 구매 영업 고객 등을 통합해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밸류 체인 인테그레이션(Value Chain Integration)" 단계에서 조직
과 산업이 변하는 "인더스트리 트랜스포메이션(Industry Transformation)"
단계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톱이 먼저 e-CEO로 거듭나는
것이다.
신한종합연구소 이원철 주임연구원은 "최고경영자가 IT의 전략적 가치를
어느 수준에서 인식하며 혁신의 비전과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가 21세기
생존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출근과 동시에 PC를 켠다.
18.1인치 액정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면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사내
인트라넷인 ''윈다모아''에 접속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일정 체크.
오늘은 임원 화상회의가 있는 날이다.
오후엔 주요 거래선인 필립스사 임원과 만나야 하고 저녁은 노조 간부진과의
만찬으로 짜여져 있다.
하루 일정을 점검한 후 오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맞은 임직원이 없는지
살핀다.
1백20명의 임직원이 해당자임을 알리는 인사담당 부서의 보고가 PC에 떠
있다.
구 부회장은 PC로 만든 디지털 카드에 축하 인사말을 쓰고 서명해 컴퓨터
자판의 엔터 키를 누른다.
한번 누르는 것으로 1백20명 모두에게 축하카드를 보내는 일이 끝난다.
출근과 함께 축하카드를 받고 좋아할 임직원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다음은 전자우편을 처리하는 시간이다.
밤 사이 20여통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그 중에는 주요 고객인 미국의 애플과 델사 최고경영진이 보내온 업무협의
내용도 들어 있다.
답장을 작성해 다시 전자메일로 보낸다.
예전엔 해외 거래선과 접촉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직접 만나러 가거나 출근
시간을 기다려 전화 통화를 해야 했다.
PC로 들어오는 전자우편이 하루 1백통이 넘어 때론 숨이 차기도 하지만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계를 보니 9시.
출근 후 1시간 정도가 지났다.
이제 결재시간이다.
윈다모아의 결재란을 클릭해 보니 결재문서가 9건 올라와 있다.
내용을 확인하고 전자서명을 한 후 담당임원 PC로 서류를 돌려보낸다.
오전 10시 구 부회장은 집무실을 나와 화상회의시스템이 갖춰진 옆 회의실
로 자리를 옮긴다.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해 있다.
오늘 회의 주제는 2000년 경영계획.
서울 본사와 평택 구미 창원 청주 우면동 연구소의 임원들이 커다란 화면을
보며 뉴 밀레니엄의 첫해에 어떻게 디지털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e(electronic)-CEO(전자 최고경영자)"가 뜨고 있다.
구 부회장처럼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무장하고 경영을 총지휘하는 CEO들이다.
IT(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모르는
경영자는 경영자 자격이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e-CEO가 기존 CEO와 가장 다른 점은 "속도(Speed)"다.
e-CEO들은 빛의 속도로 일한다.
사무실과 집의 경계도 허물어졌다.
컴퓨터와 전화선만 있다면 집이든 해외출장 중의 호텔이든 모두 일터가
된다.
인터넷은 무서운 속도로 보급되고 있으며 기업 성장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진입 장벽이 없어지고 경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지 조사).
광속의 시대, 케케묵은 경영방식으론 생존할 수 없다.
아차하는 순간 비즈니스 기회는 경쟁자가 채가 버린다.
세계 최대 전자서점을 운영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나는 사무실
에서 항상 뛰어다닌다"는 말로 스피드 경영을 표현한다.
e-CEO들은 또 집중 능력과 육감이 뛰어나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말하는 것처럼 일종의 "파라노이드(Paranoid.
편집광)" 성향을 갖고 있다.
한 우물에 집중해 승부를 보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옛날처럼 몇 달씩 끌면서 사업을 검토하고 분석해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동물처럼 시장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육감이 필요하다.
IT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다.
세부적인 사항을 모르더라도 원리와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기술 흐름에 대해선 전문 엔지니어보다 더한 지식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IT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IT를 활용해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경영의 디지털화를 위해 모든 결재는 1백%
전자결재로, 보고는 사내 전자메일이나 전화로, 모든 회의는 종이 없는
PC 회의로 경영시스템을 바꿨다.
이에 따라 결재를 받기 위해 사장실 앞에서 30분이고 한시간이고 기다리던
임원들 모습은 사라졌다.
김영환 현대전자 총괄사장은 중요한 결재의 경우 결재예약시스템을 활용
한다.
결재가 가능한 시간을 정해 사전에 PC로 해당 임원에게 전달한다.
시간 낭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김한경 SK(주)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사장과의 대화" 창을 마련했다.
직접 쓴 글을 올려 임직원들을 교육시키기도 하고 사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준다.
최근엔 "e-비즈니스 추진의 중요성" "고객중시 경영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사이버 유통업체인 한솔CSN의 김홍식 사장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세계
사이버 쇼핑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즉각 사업에 반영한다.
김근무 한솔텔레콤 대표는 인터넷으로 세계 주요 정보통신 세미나 자료를
얻어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e-CEO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숫자나 수준에선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과 한번 비교해 보자.
이데이 사장은 분기별로 한번씩 이른바 "정보시스템 전략회의"를 갖는다.
사장과 정보시스템 담당 임원 7명이 모여 정보시스템 부문과 관련한 경영
과제를 정기적으로 토론하는 장이다.
소니는 평소 이사회에서도 정보시스템 투자에 관한 의제가 있으면 수시로
토의한다.
그런데도 CEO 주재로 정보시스템 회의를 정기적으로 여는 이유는 IT가
과거처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는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경영 자체의 변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음반 유통사업 진출 등이 모두 이 회의에서 구상되고
실천에 옮겨졌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소니처럼 IT를 전략적 관점에서 다루는 CEO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규모의 이익"을 지나 "시스템의 이익" "스피드의 이익"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e-비즈니스도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고객과 접촉하는 "채널 인핸스먼트
(Channel Enhancement)", 구매 영업 고객 등을 통합해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밸류 체인 인테그레이션(Value Chain Integration)" 단계에서 조직
과 산업이 변하는 "인더스트리 트랜스포메이션(Industry Transformation)"
단계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톱이 먼저 e-CEO로 거듭나는
것이다.
신한종합연구소 이원철 주임연구원은 "최고경영자가 IT의 전략적 가치를
어느 수준에서 인식하며 혁신의 비전과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가 21세기
생존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