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에 98년은 최악의 해였다.

수출 마케팅과 독자적 해외시장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게 된 거래 제조업체
가 잇따라 떨어져 나갔다.

전혀 새로운 경영환경이 준비되지 않은 종합상사들을 덮쳤다.

게다가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천문학적 부채와 열악한 수익구조가 적나라
하게 드러났다.

공격적 수출영업 결과가 거대한 부실로 되돌아온 것이다.

해외투자 여력이 없어지면서 금융조달 기능도 필요없어지게 됐다.

해외네트워크 유지비용은 종합상사를 구조조정 대상 1순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주가는 폭락했다.

SK상사는 종합상사가 공통으로 직면했던 위기를 보다 튼튼한 기업을 만드는
기회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먼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수출액 중심에서 수익성과 안정성 위주의 사업체제로 전환했다.

반기별로 수익구조를 분석,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부문은 과감히 없앴다.

동시에 각 사업부의 거품을 빼는 작업도 병행했다.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몸집을
가볍게 했다.

"이미지네이션"이란 브랜드로 벌여온 출판서비스 사업과 복사기 사업도
분사시켰다.

경영효율화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98년 7월 50억원을 투자, 세계 최대 ERP(전사적 자원관리) 컨설팅업체인
앤더슨컨설팅과 공동으로 지식경영시스템(KMS)를 구축했다.

경영관리체제 혁신으로 이미 91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2년내에 3백억원 가량의 추가 개선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증자와 해외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도 주력했다.

SK 모기업이라는 장점을 활용, 계열사 보유지분 구조를 활용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SK(주) 지분 12.89%, SK건설 지분 25.97%를 보유중인 SK상사는 지난 8월
SK텔레콤의 지분 7.6%를 사들였다.

99년 결산기부터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투자유가증권의 지분법 평가로
3백억원이상의 특별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대대적인 사업전략 수정.계열사에
의존한 단순 수출대행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내려졌다.

신사업의 기반은 30여년간 축적된 해외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정보수집및
분석 금융 마케팅 능력이 꼽혔다.

부실 원인은 사업구조가 아니라 사업방식에 있다는 결론과 함께 이들 기능을
활용한 대안을 모색했다.

종합상사에서 "종합사업회사"(Business Integration Company)로 거듭난다는
목표가 세워졌다.

이를위해 무역 방식을 인터넷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헬스케어, 화훼농단 조성및 수출사업, 최신 유통기업인 팩토리 아웃렛 사업
등 신규 사업도 확정됐다.

해외 제휴업체들과는 이미 기본약정을 체결했으며 대부분 올해안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민간 우편.통신.사무 체인점인 미국의 MBE와 향후 5년
내에 국내에 약 2백여개의 프랜차이즈점을 연다는 계약도 맺었다.

사이버 분야를 포괄하는 국내 최대의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SK상사는 2~3년내 신사업분야에서만 매출 약 1조원, 경상이익 5백억원
이상을 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계열사 흡수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아래
SK유통을 합병했다.

SK유통 합벙을 계기로 SK그룹내의 국내외 마케팅 물류 유통 중심회사로
커나갈 계획이다.

2001년 매출 목표는 19조원.

올해 예상매출 7조5천억원의 2.5배가 넘는다.

2003년까지 주가를 10만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SK상사가 종합사업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SK상사 연혁

- 53년 선경직물회사 창립
- 66년 대통령표창 수상(수출증대 1백83만5천달러)
- 73년 최종건 회장 별세. 최종현 회장 취임
- 74년 수출특별유공 대통령기 수상
- 76년 선임섬유(주) 흡수합병 및 상호변경(주식회사 선경), 종합무역상사
지정, 1억달러 수출탑 수상
- 77년 기업공개및 주식상장
- 80년 (주)대한석유공사 인수
- 81년 5억달러 수출탑 수상
- 89년 미얀마 유전개발 프로젝트 참여
- 90년 인도네시아 공단개발 프로젝트 허가취득
- 91년 가나 산림개발 프로젝트 참여
- 92년 김승정 사장 취임
- 96년 중국 최초 한.중합작 종합상사 설립
- 97년 캄보디아 삼림개발 프로젝트 계약 체결
- 98년 SK상사로 CI변경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