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2000년 경영계획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10월말이 됐는데도 내년 경영계획을 짠 곳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예년 같으면 벌써 밑그림이 그려졌을 때지만 올해는 LG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이 경영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워낙 외부 환경이 불투명한 까닭이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인위적 요소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재계는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내년 경기를 가름할 핵심요소로 보고
정부측에 이를 요청하고 있다.

경영계획 마련의 걸림돌로는 우선 대우 문제를 들수 있다.

대우 부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향방은 달라질수 밖에
없다.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한다면 금리와 환율, 주식
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지만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 포철 등 주요 제조업체 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금리는 9.3~12.3%, 환율은 달러당 1천50~1천2백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편차가 컸다.

그만큼 전망이 힘들다는 의미다.

금리나 환율, 주가는 경영계획 마련의 기초요소다.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도 빼놓을수 없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부채비율 축소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투자신탁 정상화를 비롯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에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질게 확실하다.

정부는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기업이나 시장은 계획대로 될지 의구심
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금융권의 기업 대출을 꺼리게해 투자에 필요한 자금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부채비율 축소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연말까지 부채비율 2백% 이내를 맞추는게 의무인지, 만약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해당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증자와
자산매각 등으로 빚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내년 봄 예정된 선거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요인은 경제 내부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경기전망이 어렵다.

국책연구소들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총선을 의식한 정부 입김이 작용해 사실대로 믿기엔 석연치 않다.

멕시코 등 외환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처럼 경기가 W자를 그리면서 다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관계자는 "내년은 한국 경제가 과연 재도약할수 있을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기업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
을 줄여 마음놓고 경영을 할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에 주어진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