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금고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여유자금을 배경으로 성장세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 백악관은 지난9월로 끝난 99회계연도에 1천2백27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흑자를 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1천1백50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1천3백23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영향 =미국은 기록적인 재정흑자로 "중단없는 성장"을 뒷받침할 밑천을
갖게 됐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중 하나의 혹을 떼내 버리고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셈이다.

정부금고에 돈이 넘쳐나게 되면 일단 민간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활동이
촉진된다.

매커니즘은 간단하다.

자금 여유가 생긴 정부는 국채발행을 줄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이는 다시 시중 회사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반면 신규투자는 늘게
된다.

실제로 최근 미 국채금리(30년물 기준)는 금리인상 우려로 2년내 최고치인
연6.38%까지 올랐다가 27일 재정흑자 규모가 발표되면서 하루만에 0.08%
포인트 하락했다.

재정흑자로 인한 이같은 금리안정세는 지속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의
하나인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증시가 활황을 유지하면 기업들은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투자도 늘릴
수 있게 된다.

결국 재정흑자->금리인하->기업차입비용 절감및 증시활황->기업투자확대->
경제활동촉진->재정흑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재정흑자는 또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한발 나아가 미국의 재정흑자는 회복기에 들어선 일본과 유럽및 아시아경제
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세계경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인 =기록적 재정흑자가 가능했던 데는 경기확대로 인한 세수확대와
지출감소가 주요 원인이 됐다.

28일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준리(FRB) 총재도 "민간부문의 활발한 활동으로
재정수지가 흑자를 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2%(9월기준)로 29년이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활황으로 개인및 기업의 투자 수익도 크게 늘었다.

이에따라 조세수입은 지난해보다 6.1% 늘어났다.

반면 정부지출은 지난 수년간의 평균증가율(2.9%)을 약간 웃도는 3% 증가에
머물렀다.

특히 낮은 실업률로 정부의 사회복지비용 지출규모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전망 =미국의 재정흑자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측은 향후 10년간 3조달러에 달하는 재정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흑자 지속여부는 앞으로의 경기및 증시 상황
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거나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이 닥칠 경우 기업활동
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흑자에 대한 낙관도 깨질 가능서이 높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이처럼 먼 미래 문제가 아니라 올해 발생한 흑자 처리
문제를 놓고 "감세안"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흑자의 3분2를 "국채 중도 환매"와 "사회보장 확대"
에 쓰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3분의1을 놓고 "감세"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공화당측과
새로운 용도에 써야 한다는 민주당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