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장 >

정부는 이달초 부품.소재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구조를 21세기 기술집약적.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은 그동안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과감한 선행투자와 기술개발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자본재산업은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이는 만성적인 무역적자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무역흑자를 실현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지난 95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처음으로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96년에는 2백6억달러, 97년엔 85억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외채규모는 한때 1천5백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적자규모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역수지의 내용이다.

이는 <>중저급기술 위주의 제품수출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입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수출 <>자본재산업의 기술낙후로 인한 자본재
수입 증가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IMF사태 직전까지 한국의 무역수지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나눠보면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줄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늘고 있다.

수출상품이 중저급기술 위주의 상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60년대), 단순 자본집약적 산업(70년대), 숙련노동.
자본집약적 산업(80년대)에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첨단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반면 후발 개도국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음을 뜻한다.

소수 수출품목에 의존하는 정도를 보면 95년의 경우 전체 수출액 1천2백51억
달러중 반도체(17.7%)와 자동차(6.7%)의 비중이 25%나 된다.

이런 추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소수품목에 대한 수출편중은 이들 품목의 경기여부에 따라 국가 전체의
무역수지가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경기회복에 대한 착시현상을 보이는 등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재산업의 또 다른 취약점으로는 심각한 대일의존도를 들 수 있다.

일본 자본재 수입의존도를 보면 지난 5년간 거의 30%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97년의 경우 그 비중이 33.9%로 늘었다가 IMF사태 이후 약간 줄었다.

결국 자본재 무역수지 적자만 해결할 수 있다면, 좁게 얘기해서 대일 자본재
무역수지 적자만 해결한다면 한국의 산업구조 취약성이 대부분 해결돼 대일
무역역조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의 비판을 본질적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자본재산업의 특성상 기술혁신 과정인 기술선정, 기술개발, 시험.제품화,
양산단계 전과정에 걸쳐 수요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자본재 육성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본재의 기술혁신과정 단계에서
생산기업과 수요기업간 연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를 따져야 한다.

또 이러한 정책이 자본재의 특정한 업종 및 품목을 고려할 때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상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재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업풍토도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신뢰가 회복돼야 수급기업간의 연계가 가능하다.

특히 수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어렵다.

기업문화에도 장인정신이 요구된다.

자본재의 속성상 "한건주의" "속전속결주의"가 아닌 끈기와 인내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혁신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기업들이므로 이들의 자발적
기술혁신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및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부품.소재산업 육성방안 역시 기존 산업 육성책과 연계해야 할
것이다.

산업기술개발 5개년 계획(1996~2000년), 기술하부구조 확충 5개년 계획
(1996~2000년), 자본재산업 육성 대책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과제 중심의 개발자금 지원보다는 업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본재 생산 중소기업을 합병, 대형화하는 것도 유도해 봄직하다.

해외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외국기업의 덤핑을 막는 신속한 산업피해 구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국산 자본재의 정보를 적극 유통시키는 노력도 요구된다.

뭘 모르고 외산을 구입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 pearllee@kgsm.ka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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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진주 원장이 28일 열린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에서 발표한
강연을 요약한 것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