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와 회계사, 그리고 경제학자가 같은 직장의 입사시험에 응모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이 먼저 수학자에게 물었다.

"2+2는 얼마지요?"

"그거야 4이지요"

"확실히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다음으로 회계사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회계사는 주저없이 답했다.

"약 10% 정도의 오차를 두고 평균적으로 4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자 경제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고 면접관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2+2를 얼마로 만들면 좋겠습니까?"

물론 우스갯소리다.

경제학자들을 겨냥한 풍자이긴 하지만 통계의 맹점을 비판한 내용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도 경제 전망과 정책운용 방향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정부는 성장률 5~6%, 물가상승률 3%, 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 실업률
5.3~5.5% 달성을 목표로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 아니냐는 견해들이 있다.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변연구기관들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내놓도록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못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해서 탓할 일만도 아니다.

전망과 정책목표는 엄연히 다르다.

따라서 거시지표로 나타내는 정책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책운용의
방향을 얼마나 적절히 선택하고, 유효한 수단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내년 경제전망과 관련, 많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물가불안
이다.

특히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기적 인플레 위험"을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통화긴축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KDI의 정책건의는 "신축적인 단기금리의 운용이 필요한 시점"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의 선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KDI는 대우 및 투신사문제에 따른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물가압력
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금리조절 기능이 크게 제약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고, 특히 투명한 손실부담원칙에 입각해 구조조정이
추진될 경우 일시적인 충격완화차원에서 단기금리의 상향조정은 당분간 유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단서를 함께 달고 있다.

따라서 KDI의 분석은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책당국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당국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다는 사실은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예견되는 물가불안 요인을
제거하는데 있어서 통화긴축으로 대처하려는 단선적 정책구상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인플레 억제의 가장 기본정책은 긴축이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특효약은 아니다.

더구나 긴축정책이 기업활동 위축과 경기억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또 요즈음의 물가불안은 국제원자재 가격상승과 원화가격의 하락등 비용상승
요인이 크다는 점은 정책수단의 선택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간과해선 안될 일은 금융시장이 지극히 불안하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특히 금리조절을 통한 유동성조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원활한 작동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같은 금융불안이 단기간내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 KDI의 권고대로 금융시장 안정화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옳은
처방이다.

물론 인플레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정책수단을 적절히 강구할 필요는 있다.

긴축여부에 초점을 맞춰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정부는 내년경제운용의 거시정책 결정에 앞서 저축률이 떨어지는 이유,
기업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는 이유, 금융시장이 불안한 이유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경제에 미칠 변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가변적 상황에서는 정책운용 방식의 급격한 변화없이 안정적으로 집행하는
정책일관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안정이냐 성장이냐, 긴축이냐 아니냐, 성장률 목표가 몇 %냐, 실업률은
얼마로 잡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얼마나
높여주느냐가 경제발전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물가안정을 꾀할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의 골격도 그간의 경기대응적 자세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기틀을 다지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