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이어 통계청도 28일 "9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
하면서 "아직 인플레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제지표들이 IMF체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만큼 지금은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민간경제연구소로선 처음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년 상반기부터는 인플레가 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통계청은 총수요 압력을 구성하는 소비와 투자가 생산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우려는 기우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한국은행 전철환 총재는 한국상장사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에서 <>예상보다 빠르지 않은 통화유통속도 <>총수요 압력을 완화시키는
대외시장개방 <>생산성 향상 <>노동시장 유연화 <>유통혁명에 따른 구매가격
하락 등을 들어 인플레 요인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기준이 강화돼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인플레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주장 뒤에는 대우 사태이후 극도로 불안해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긴축은 절대 고려할 수 없고 저금리 기조도 당분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놓여 있다.

이에 비해 경제 연구기관들은 대우사태 수습을 위해 신축적인 통화운용
방침에 수긍하면서도 선제적인 인플레 억제가 늦어도 올해말부터는 나와야
한다는 판단이다.

KDI는 지난 22일 발표한 "3.4분기 경제전망"에서 그동안 물가상승을
억눌러온 디플레이션 갭(총공급-총수요)이 거의 소진됐다며 금리상승을
통한 선제적 물가안정책을 내놓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상승이 본격화될 조짐이고 국제원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비용측면
의 인플레 압력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말 이후 확대된 통화공급과 재정지출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는 시차를 감안하면 내년초 인플레 압력이 집중적으로
현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내년으로 연기된 공공요금 인상과 부동산 경기회복에 따른 전.월세값
상승 가능성 등이 가세할 경우 인플레 기대심리는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연구기관들은 우려한다.

따라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사태 처리가 지연되면서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것을 연구기관들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