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다른 산업부문의 경기지표는 좋아지는데 유독 건설부문만 나쁘다.

당분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건설업체마다 "일감잡기"에 초비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건설업체 부도사태가 다시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침체가 가장 심한 분야는 공공공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의 올 9월말 현재 공공공사 수주액은
13조8천3백97억원에 불과하다.

97년의 64%, 98년의 68% 수준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1월이후 연말까지 나올 공공공사 물량은 20건 2천여억원어치에 그칠 전망
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공사 발주가 그런대로 활기를 찾는데도 공공부문 침체가 워낙 심해
건설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하반기들어 건축허가면적이 수치상으론 월 70%이상씩 증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해 건설경기가 최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의
실질적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4분기 산업경기 전망에서도 건설은 18개
산업부문중 유일하게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경기 침체는 올해 대형건설업체들의 공공공사 수주실적을 보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상위 7개 업체들의 9월말현재 공공공사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처럼 일감이 적어진데 비해 건설업체수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업체수는 올들어서만 8백여개사가 증가, 9월말 현재 5천7개사에 달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사물량은 줄어드는데 업체는 증가하니 돌아오는 몫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회사를 끌어가기위해 앞뒤 가릴 것없이 먹고보자는 덤핑낙찰도 일반화되는
추세다.

올 9월말까지 발주된 1백여건의 주요 공공공사 평균낙찰률은 73%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적정공사비의 최저선인 85%에 턱없이 못미치는 규모다.

문제는 저가낙찰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해당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공사부실로 이어진다.

건설업체들의 평균부채비율은 4백37%로 제조업보다 1백30% 높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도 마이너스 3.1%로 제조업에
비해 3배이상 낮다.

매출액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감부족-저가낙찰-수익성악화-도산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유대형 기자 손희식 기자 yoodh@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