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멘로파크시티의 샌드힐
로드.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회사 8백개중 1백여개가 이곳에 모여 있다.

이들이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자금의 3분의1 정도를 주무르면서 벤처기업에
튼튼한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판 샌드힐 로드가 서울에 등장했다.

바로 테헤란로다.

삼성동에서 서초동을 잇는 테헤란로는 지난해부터 벤처기업들이 대거
몰려들어 새로운 벤처 터전으로 부상한 곳.

이곳에 벤처캐피털이 밀려들고 있다.

지난 2.4분기 이후 코스닥 시장 활성화로 벤처투자 열풍이 다시 불면서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 가까이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강북 여의도 지방 등에 있던 벤처캐피털이 서울 삼성역 선릉역 강남역
인근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기보캐피탈은 30일 본사를 여의도에서 대치동으로 옮긴다.

대양창투(구 대우창투) 대구창투(서울사무소)와 신설 신기술금융사인
삼섬벤처투자도 내달쯤 테헤란로로 간다.

한국IT벤처투자 아주캐피탈 대신개발금융 등 몇몇은 이미 이곳으로
이전했다.

신설 창투사들의 경우 대부분 테헤란로에 보금자리를 튼다.

테크노캐피탈 밀레니엄벤처투자 인터베스트 스틱아이티벤처투자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 샘캐피탈 코웰창투 등이 그들이다.

현재 테헤란로에 자리잡은 벤처캐피털(창투사)은 모두 35개사.

국내 80개 전체 창투사의 43%가 이곳에 몰려있는 셈이다.

테헤란로에 쏠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벤처 관련 최신 정보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기 때문.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투자.관리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 회사간 정보교류 및 연대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는 것도 집적의
이점이다.

실제로 이곳 벤처캐피털들의 활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하다.

기은캐피탈이 매주 수요일 개최하는 벤처기업 투자설명회에는 다른
벤처캐피털들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종합기술금융(KTB)에서 나와 다른 10여개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테크벤쳐 테크노캐피탈 등 테헤란로 소재 회사들로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 1번지가 된 테헤란로.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다음은 무엇이 이곳에 들어설까.

아마 "벤처카페"가 될 것 같다.

벤처기업인 벤처캐피털리스트 엔젤 등이 술잔을 놓고 성공.실패담을
털어놓는 카페.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카페가 수십개 된다.

황금을 쫓다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라고나 할까.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