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렛팩커드(HP) 칼리 피오리나(Carleton Fiorina) 회장은 28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특별강연을 마친뒤 기자회견을 갖고 HP의 미래 비전을 밝혔다.

피오리나 회장은 회견을 통해 21세기 인터넷환경의 디지털 경제체제에서
기업간 협력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HP는 그것을 실현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하기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그것에 역량을 모으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함께 HP의 60년 전통을 바탕으로 곧 새로운 브랜드이미지를 창출하고
경영구조와 조직기풍을 혁신해나갈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HP의 비전과 책임은 무엇인가.

"컴퓨터업계처럼 기술로 경제구조를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들
의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의 표준화, 개방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기술이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기업들이 이같은 이념에 동의하지 않지만 HP는 그동안 첨단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기업간 협력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전통으로 삼아왔다.

그러한 전통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또 HP의 비전이다."

-새로운 CEO로서 지금 HP의 어느 부문을 가장 시급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5가지 부문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될 과제로 삼고 직원들에게 분명히
전달했다.

먼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HP는 E-서비스를 전사적 비전으로 선택했다.

두번째는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달초에 일부 개편을 단행했다.

세번째는 보상제도의 재검토다.

HP는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인터넷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몇주 후에 고위 임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상제도를 시행하겠다.

다음은 비용구조의 개선이다.

짧은 기간에 이것을 달성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어떤 부문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이미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신한 브랜드이미지를 새로 도입할 생각이다"


-E-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E-서비스는 HP의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경쟁력의 우위에 있는 힘을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HP는 전자출판, 웹구매시스템, 인터넷과 통신의 연결 등에서 다른
기업보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발전시켜 고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둘 수 있다"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새로운 문화와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고유한 문화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문화가 어떤 방법으로 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형성될 것으로
보는가.

"사이버공간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

이 말은 인터넷이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E-서비스는 인간과 인터넷을 가깝게 하기위한 것이다.

인터넷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러나 각 문화가 갖고 있는 특징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들어 디지털 이미지 기술을 이용하면 그림을 갖고 가족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웹을 통해서 유대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에서 HP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HP는 하드웨어 전문업체로 알려져 있으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관리와 미들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언론은 시장의 경쟁을 보도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시장에는 기회가 많다.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결국 경쟁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HP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소프트웨어 경쟁사와 협력해 나가겠다"

-어제 뉴욕증시에서 HP주가가 13%나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HP 서비스분야의 단기수익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얼마전 영업부문의 구조조정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조치가 있었는지

"HP주가가 압박을 받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HP는 한달전 발생한 대만의 지진이 4.4분기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미 솔직하게 발표했다.

유닉스(UNIX)서버 영업부문에 대해서는 5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CEO가 교체되고 분사를 눈앞에 두고있는 등 HP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성경영자로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가.

"물론 그런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편견이 자신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지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견에 의해 자신감까지 손상받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자녀들은 있는가.

주부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하는가.

특히 HP의 CEO로서 기업의 브랜드를 얼마나 높일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2명의 수양딸을 어린시절부터 키워왔다.

3세 된 손녀도 있다.

어머니와 경영자로서의 두가지 역할을 균형있게 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브랜드이미지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한달후 새 브랜드
캠페인이 시작된다.

그때가서 평가해달라"

-HP는 근로조건이 좋은 회사로 알려져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팀웍을 중시한다.

21세기에 이런 기업문화가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팀웍은 조직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여와 성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원들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성과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할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은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HP사원들은 이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 칼리 피오리나는 누구 ]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45)는 최근 미국 경제계에 불고 있는 "우먼
파워"를 이끌고있는 인물이다.

지난 98년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미국에서 영향력있는 여성
사업인" 1위에 오르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그녀는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에서 연간 1백9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서비스 부문을 이끌고 있었다.

지난 7월 휴렛패커드(HP)가 21세기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로 칼리
피오리나를 선택했을 때 미국 재계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매우
놀라워 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HP에서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그 주인공이 여성이었으며 더욱이 그녀가 컴퓨터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들 때문이었다.

지난 54년 텍사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다.

이후 메릴랜드대와 MIT(메사추세츠공대)에서 경영학과 과학석사학위를
받았다.

80년 AT&T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후 주로 네트워크사업을 담당해
왔다.

96년 루슨트테크놀로지가 AT&T에서 분리될 때 루슨트의 기업이미지 작업및
경영전략 수립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 주목을 받았다.

최근 포천지는 미국에서 영향력있는 여성사업가 50인을 선정하면서 칼리
피오리나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1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칼리는 이제 여성만의 우상이 아니라 모든 남성 비즈니스맨의
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녀의 남편인 프랭크 피오리나(48)도 그녀 못지 않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칼리는 16년전 AT&T에 근무할 당시 프랭크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당시 프랭크는 "당신이 언젠가 대기업을 경영하게 된다면 회사에
전념할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프랭크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챙기는 등 외조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아예 자신의 직장인 AT&T에 사표를 내고 집안일을
도맡고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ked.co.kr >

-----------------------------------------------------------------------

[ HP는 어떤 회사인가 ]

휴렛팩커드(HP)는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올해 5백대 기업 가운데 13위로
뽑힌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이다.

컴퓨터를 비롯한 주변기기, 계측기기 및 분석기기, 의료기기, 전자부품 등
약 2만5천여종에 달하는 첨단정보통신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인트라넷 솔루션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P는 지난 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설립했다.

실리콘밸리 중심부에 있는 팔로알토의 한 낡은 차고에서 처음 회사를 차려
지금은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HP가 출범한 당시의 차고는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라는 이름이 붙어져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기념물이자 주요 관광코스로 선정돼 있다.

HP의 첫 제품은 음향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오디오 테스트 장비.

첫번째 고객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였다.

HP는 현재 직원수가 12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이중 6만7천5백명이 미국내 종업원이다.

사업장은 미국내 28개 도시와 유럽 아시아태평양 남미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 위치해 있다.

98 회계연도 총매출은 4백71억달러(57조원).

순이익은 29억달러(3조6천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의 54% 이상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나온다.

한국HP는 지난 84년 HP와 삼성전자가 합작, 자본금 81억원으로 설립됐다.

96년 80억원을 증자해 총자본금을 1백61억원으로 늘렸으며 연평균 30%
이상의 빠른 성장을 계속해왔다.

98년 HP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직원수는 1천여명.

지난 97년에는 총매출액 8천9백86억원을 달성해 HP현지 법인들 가운데
세계 7위, 아시아지역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