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들은 저마다 유명하고 역사깊은 명디자인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카르티에의 삼색 반지, 티파니의 십자가 목걸이처럼 세월이나 유행에
무관하게 사람들이 늘 갖고 싶어하는 제품들이 있다.

이는 곧 명품의 첫번째 요건이기도 하다.

불가리의 시계는 적어도 명품의 제1조건을 만족시키는 베스트셀러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남성적인 취향의 이 브랜드의 시계는 클래식부터
현대적인 모습까지 그 다양한 디자인으로 고객의 취향을 맞춰왔다.

"불가리-불가리"모델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베젤(Bezel :원형의 가장자리 부분) 위에 로고가 이중으로 새겨진 디자인
으로 이름난 이 시계는 원래 1975년 한정판으로 나왔으나 뜻밖의 대성공에
힘입어 지금은 불가리의 주요한 사업분야로 성장했다.

이후 골드뿐 아니라 스틸과 골드의 콤비를 이루는 디자인등 좀 더 젊고
모던한 모델이 추가됐다.

불가리 시계의 가장 오래된 디자인은 스네이크 워치다.

금으로 된 뱀의 몸체가 손목 부분을 유연하게 감싸고 있고 뱀의 머리 모양
안쪽에 시계판을 두고 바깥쪽을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으로 세공한 팔찌 모양
의 이 시계는 불가리의 베스트셀러중 하나다.

뱀은 지혜와 영원한 생명의 상징으로 헬레니즘과 로마시대에 장신구의
디자인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던 소재다.

이 고전적인 스네이크 워치의 전통을 현재까지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제품라인이 투보가스 시계다.

투보가스 기법은 불가리 내부에서도 최고로 숙련된 장인 3명 정도만이 할수
있는 세공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금속을 스프링처럼 감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투보가스는 특유의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가장 큰 매력으로 삼고 있다.

불가리 시계는 로마시대와 헬레니즘을 현대적으로 해석, 시계 디자인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의 최첨단 과학과도 교감을 나누고 있다.

한 예로 이탈리아 항공인 알리탈리아 비행기의 몸체에 거대한 불가리 시계를
그려 국가를 대표하는 미래적이고 과학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