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업체대표들로 구성된 재계모임이라기 보다 재벌 오너중심의
조직인만큼 조직구성을 심각하게 재검토해야할 것"이라는 전윤철 공정거래
위원장의 주장은 생각해볼 점이 적지않다.

김우중 회장의 사퇴에 따른 후임선출(오는 4일예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
나온 책임있는 정부당국자의 발언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전위원장의 발언배경과 진의가 무엇인지는 두고보면 알겠지만, 만약 후임
회장선출에 영향을 미치고 전경련의 자율을 제약하려는 의도라면 문제가
적지않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민간주도적 경제운용과 시장경제발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위원장이 그런 의도없이 평소의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은 것이라하더라도
또다른 시각에서 적절치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시기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생각지못했다면 이는 고위
공직자답지않게 신중하지 못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전경련은 대한상의나 무역협회등과는 달리 임의단체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실질적으로 민간경제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경련에 대한 비판은 결코 적지않다.

그러나 관변경제단체가 아니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그 존재의의와
순기능이 엄청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입장에서 보더라도 전경련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빅딜 등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는데도 어려움이 더했을 것은 자명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전경련의 생명은 거듭 말하지만
관변단체가 아니라는데 있다.

조직과 운영에서 자율성을 잃는다면 더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는
조직이다.

현행 조직형태로 그대로 유지하건, 아니면 일본 게이단렌처럼 업종별단체
대표중심으로 바꾸건 그것은 전경련 스스로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것은 국내 정치 경제구조와 그 역학관계변동에 따라 업계 스스포의 필요에
의해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간여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주도 구조조정작업의 결과로 "시장에서의 정부존재"가 더욱 커진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선단식경영 차입경영등 기업행태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비판은 그 나름
대로 논리와 설득력이 없지만은 않지만, 기업의사결정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해하고 있어 그 후유증이 결코 만만치 않을게 확실하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그리고 이들 기업의 모임인 경제단체에
대해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제정책 당국자
들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