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지하실도 개조하기 나름이다.

단독주택에 딸려 있는 지하실은 주로 보일러실로 이용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엔 도시가스 난방이 이뤄지면서 보일러시설이 필요없게 된 집이
많다.

제법 큰 공간인 지하실을 가재도구를 쌓아두는 창고로만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하실은 죽어있는 공간(dead space)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지하실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독특한 공간이다.

또 주거공간과 분리돼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이런 지하실의 특성을 살려 서재 음악감상실 비디오감상실 놀이방 재택
사무실 홈바로 바꾸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버려진 공간으로 취급받는 지하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하실
의 기능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어둡고 우중충한 지하실을 잘 손질하면 의외로 안락한 공간으로 변한다.

물이 새거나 갈라진 곳을 고치고 난방시설을 갖추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지하실은 갈라진 벽체의 틈새로 물이 새거나 벽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현상
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물이 샐때는 기존의 시멘트를 깨고 새로 시멘트와 방수액을 섞어 다시
바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시멘트가 갈라진 곳엔 아무리 덧발라도 제대로 방수효과를
얻지 못한다.

방수효과를 높이려면 우레탄방수액을 쓰는게 좋다.

우레탄으로 방수를 할 때는 4번정도 덧발라 줘야 영구적인 방수효과가 난다.

처음에 여러번 방수액을 바르는게 오히려 경제적이다.

이슬이 맺히는 곳엔 이중벽체로 처리, 해결할 수 있다.

벽체 외벽부분을 파내고 방수처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게 흠이다.

습기가 많이 차는 지하실은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외부로 통하는 곳에 환풍기를 설치하면 습기차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보일러실로 이용되던 지하실이라면 보일러배관이 있던 곳을 환풍창구로
이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난방시설만 해도 습기는 크게 줄어든다.

지하실은 천정이 낮은게 보통이기 때문에 천정에 등을 달면 더 낮아 보이고
움직이는데도 거추장스럽다.

벽등을 달면 활동하기에 편리하다.

굳이 천정에 조명장치를 설치하고 싶으면 홈을 파고 등을 다는게 효과적
이다.

지하공간을 개조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누수 도배 조명 바닥 타일공사를 한꺼번에 할때 드는 비용은 평당 50만원
선으로 잡으면 된다.

일단 지하실 기능을 바꾸는 공사가 끝났다면 미리 계획한 용도에 맞춰
기능을 보완하고 인테리어를 꾸며 나간다.

지하실을 음악감상실이나 비디오감상실로 개조할 요량이라면 방음시설과
환기시설을 마련하는게 필수다.

벽체에 석고보드를 대고 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다음 두터운 벽지를 바르면
방음효과와 습기조절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지하실에 창문에 없다면 환기시스템을 설치해야 습기가 차지 않는다.

서재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환기시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책은 습기를 잘먹기 때문에 환기시설이 신통치 않으면 냄새를 풍겨 서재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환기시설 설치와 함께 방습공사를 별도로 하는게 좋다.

재택근무자들이 늘어나면서 지하공간을 일터로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화가나 작곡가들이 지하실을 작업실로,일반인들은 서재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목적으로 지하실을 개조하려면 동선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혼자 이용할 공간인지,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공용공간인지에 따라
동선을 달리해야 한다.

재택근무공간이라면 외부인 출입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집안사람들과는
철저히 차단될 수 있게 동선을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

공용공간으로 이용하려면 가족구성원의 생활패턴 취미 등을 고려, 동선을
분리하고 공간을 나누거나 통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지하공간이 넓을 경우 음악감상실과 서재를 동시에 두고 음악감상실
을 공용공간으로, 서재는 독립공간으로 배치해 볼만 하다.

지하실에 환기시설을 설치하거나 창을 내면 지하공간이 쾌적해지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선큰가든을 만드는 것이다.

선큰가든은 쉽게 말하면 지하정원이다.

지하실 바닥높이까지 땅을 파고 정원을 조성하는게 선큰가든이다.

선큰가든을 설치하면 지하공간에 햇빛을 들이고 환기가 잘 된다.

"ㅡ"자형 집보다는 "ㄴ"자나 "ㄷ"자 집이 선큰가든을 만들기에 좋다.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마당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다.

< 김호영 기자 hy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