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61) 전 경감이 지난 28일 저녁 도피 생활을 끝내고
12년만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 29일 서울 성동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이씨가 11년간의 도피기간 중 10년간을 집에서 숨어 지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함에 따라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씨를 조사한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 부장검사)는 이씨가 잠적 직후 1년간
은 선글라스와 안대로 변장한 채 기차여행 등을 하며 피해 다녔으나 나머지
기간엔 자신의 집에 은신처를 만들어 생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배기간 중 한번도 검문을 당하지 않았으며 동료 경찰들이 처음
1년동안 부인에게 매달 30만원씩 보내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씨의 도피를 도운 비호세력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김근태씨 고문사건과 관련해 이씨를 기소 중지한 적이 있는 서울지검은
이씨를 소환, 그간의 행적과 또 다른 범죄가 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임양운 서울지검 3차장은 이와관련, "이씨가 저지른 다른 범죄 2건의
공소시효가 끝났으나 진상규명 차원에서 이씨의 범죄행위와 그간의 도피행적
을 철저히 조사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피행각 =이씨는 지난 88년 12월24일 민청학련 의장을 지낸 현 김근태
국민회의 의원을 고문한 혐의로 수배되자 돌연 잠적, 6~7개월간은 안대와
선글라스로 변장하고 기차여행을 하며 돌아다녔다.

이씨는 그 후 10년간 집에서 숨어 지냈다.

경찰이 이씨의 검거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2개월 전 이씨가 중국 베이징의 "한경빈관"이란 호텔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집중조사할 예정이다.

<> 은신처 =이씨는 집을 도주하기 쉽게 개조, 안방과 연결된 창고 방에서
숨어 지냈다.

안방에서 살다 경찰이 오면 창고 방으로 이동, 2m 높이의 찬장과 책꽂이
사이 60cm 가량의 비좁은 공간에 숨은 뒤 상자 10여개를 앞에 쌓아 몸을
가렸다.

이씨는 대문에 CC(폐쇄회로) TV를 설치, 수사관이나 외부인이 찾아왔을 때
미리 알고 잠시 몸을 숨기는 용도로 사용했다.

<> 비호세력 여부 =이씨가 수배기간 중 줄곧 집에서 지낸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경찰이 이씨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경찰청은 수사전담반을 운영해 왔으나 경찰은 이씨가 자수한 후에도 자택이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씨는 동료 경찰관에게서 매달 30만원씩을 생활비로 받아 왔다.

검찰은 이씨의 도피를 도와준 세력이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