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순간은 삽시간이었다.

불은 불과 20분만에 꺼졌지만 화재 참사의 규모는 지난 74년 대왕코너 화재
이후 최대의 사망자를 내는 참사를 기록했다.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은 발화성 장식물을 태우며 순식간에 건물전체로 옮겨
붙었다.

대피구가 따로 없어 피할 도리도 없었다.

시신들은 출입구 반대쪽의 주방 쪽에 뒤엉켜 있었다.

<> 화재 순간 =지난 25일부터 내부수리중인 상가 건물 지하 노래방 공사현장
에서 전등으로 물이 튀면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포장용 종이에 붙은 불이 시너 통으로 옮겨 붙으면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지하실 전체에 번졌다.

최초 목격자인 박상진(24.셀프아트디자인 직원)씨는 "지하 노래방 전기공사
를 마치고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불길이 치솟아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서 치솟은 불기둥과 유독가스는 계단과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장식물을 태우며 위층으로 번졌다.

2층 ''라이브II 호프'' 집 안에 있던 1백20여명은 출입문 틈을 타고 안쪽으로
연기가 스며들자 화재를 직감하고 밖으로 대피하려 했다.

그러나 입구쪽은 이미 화마가 삼킬듯이 덮쳐오고 있었다.

다른 출구를 찾아 헤매다 출입구 반대쪽 주방과 화장실 부근에서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갔다.

바깥쪽 벽은 두꺼운 통유리여서 깨지지도 않았다.

불길이 당구장이 있는 3층까지 번져 올라가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약 7m 아래로 뛰어 내렸다.

<> 참사 현장 =30일 제물포고와 선인고와 영화여상 인천여고 등 인천시내
10여개 학교에서 벌어진 축제가 끝난뒤 학생들이 불이 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뒷풀이를 벌인 바람에 고교생의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동인천역 인근 호프집 등은 평일보다 두배가량 많은 학생들로
북적댔다.

이날 불이난 2층 호프집 내부는 완전히 타지 않고 불에 그을린 정도였다.

하지만 출입구 반대쪽인 주방에 50여명이, 내부에 설치된 테이블 사이에
20여명이 무더기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바닥에는 그을린 운동화와 가방, 깨진 맥주잔, 휴대폰 등이 널려 있었다.

남녀 고교생으로 보이는 10대들이 통로에 3~4겹으로 포개진 채 숨져 있었다.

일부 사망자는 티셔츠로 얼굴을 가린 자세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 진화 및 구조 =이날 오후 6시 57분께 화재신고를 받고 10분여만에 소방차
40여대와 소방대원이 출동, 20여분만에 불을 껐다.

소방대원들은 2층 호프집 통유리를 깨고 들어가 우선 살아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옮겼다.

그러나 대부분이 연기에 질식해 숨진 뒤였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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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자 명단 ]

<> 인천의료원 =김태연(17.여)전대열(17)이호정(16.여)홍수희(17.여)
박병구(15)이미예(여.16)
<> 기독병원 =신상진(17)오상윤(17)김태호(17)김경희(15.여)김진선(17.여)
<> 사랑병원 =오종현(15)문제용(16)김주옥(17)이만기(13)김춘효(16.여)
최윤경(16.여)김안나(17.여)이아나(16.여)조하연(17.여)정혜미
(15.여)최장두(17)
<> 인하대병원 =김준호(15)정순구(17)김소영(17.여)이지혜(17.여)유선복(18)
오상희(17.여)최효정(18.여)김은영(18.여)심수용(18.여)
김미나(17.여)
<> 중앙길병원 =편호인(14)노이화(18.여)이인국(16)장병훈(24)서영민(14)
한동근(17)
<> 부평안병원 =이현민(17)최권희(16)추성훈(16)부광호(18)김현경(17)김필현
(17)
<> 적십자병원 =노형호(18)최정훈(17)황미선(18.여)이윤정(15.여)임정순
(15.여)김혜련(16.여)
<> 중앙병원 =박원경(18.여)박경미(18.여)이아름(15.여)신원미상 1명
<> 새천년장례예식장 =한아름(17.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