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일 구조조정 차이점 .. 최우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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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 삼성경제연 소장 >
얼마 전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돌아와 일주일만에 한국 신문을 보니 떠날 때와 꼭 같다.
진흙탕 싸움에서 한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우리는 정말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실감된다.
도쿄에 체류하는 동안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녔는데 1년 전보다 무척
편리하게 해 놓았다.
이미 거미줄처럼 깔려 있지만 계속 파고 있고 지하보도도 새로 많이 냈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갈 때도 리무진 버스와 철도가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되어 있다.
한국에 비해 물가는 비싸지만 그래도 비싼 것, 중간 것, 싼 것이 다 있어
주머니 사정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아무리 경제가 나빠도 어느 정도는 생활의 질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만큼 국부가 크고 사회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다.
오랜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덜 느끼는 이유를 알만하다.
그들은 덜 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갔을 땐 큰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어 모두들
망연자실하는 분위기였다.
금년엔 조금씩 자신감을 비쳤다.
노무라, 미쓰비시 등 큰 연구소는 물론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도 한결같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지만 올해엔 0.8~1%선, 내년엔 1.5~2%선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높은 성장률에 비해 비교가 안되지만 지난 91년 버블이 깨진 이래
계속 바닥을 기던 일본경제가 드디어 상승궤도를 탔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면서 금융권을 비롯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적자금 투입 등 적극적 정책을
쓰고 있으며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위에서부터 개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다이이치 간쿄은행, 후지은행, 니혼코교은행 등 3개 대형은행간
합병이 발표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그룹끼리의 합병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금융계가 스스로 개혁을 시작했으므로 이젠 산업계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늘 뒷북만 쳐왔다고 비난이 많았던 대장성 등 관료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이 굼뜨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일제히 따라 하기
때문에 기업구조조정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그렇다.
한국은 부가가치세를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20년 전에 시작했지만 아직
과세특례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뒤늦게 소비세를 도입하여 빈틈없이 운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5%의 소비세 때문에 지금도 1엔짜리를 주고받는다.
마침 도쿄에 있을 때 닛산자동차의 구조조정계획이 발표되었다.
무려 5개 공장을 폐쇄하여 2만1천명을 감원하고 하청공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파격적 구상이었다.
일본 사회는 괴롭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직장을 잃을 근로자의 참상보다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경영구조와
갱생여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대단한 구상을 발표한 새 닛산 COO(운영책임자) 카를로스 콘씨를
신뢰하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프랑스 르노사에 파견된 콘 사장은 "코스트 킬러(cost killer)"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또 경영자의 세대교체와 리더십 강화, 첨단산업의 개척,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경제협력 확대에도 적극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 첨단반도체,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정보통신분야를
일부 추월당한 것에 매우 충격을 받고 한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퇴관하여 게이오 대학 교수로 있는데 일본이 한
2년 준비하여 경제의 선순환축을 돌리기 시작하면 10년 안에 미일경제의
역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높은 기술과 교육수준, 풍부한 자금, 월등한 직업정신과 근면성이 있으면서
도 제대로 된 국가전략과 리더십 부재로 근 10년째 바닥을 헤매던 일본경제가
이제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인기도 취임 초에 비해 많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이 초기의 위기수습과 구조조정에서 기세 좋게 나가다가 정작 한단계
더 뛰어야 할 시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
얼마 전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돌아와 일주일만에 한국 신문을 보니 떠날 때와 꼭 같다.
진흙탕 싸움에서 한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우리는 정말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말이 실감된다.
도쿄에 체류하는 동안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녔는데 1년 전보다 무척
편리하게 해 놓았다.
이미 거미줄처럼 깔려 있지만 계속 파고 있고 지하보도도 새로 많이 냈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갈 때도 리무진 버스와 철도가 시스템적으로
완벽하게 되어 있다.
한국에 비해 물가는 비싸지만 그래도 비싼 것, 중간 것, 싼 것이 다 있어
주머니 사정에 맞춰 고를 수 있다.
아무리 경제가 나빠도 어느 정도는 생활의 질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만큼 국부가 크고 사회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다.
오랜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을 덜 느끼는 이유를 알만하다.
그들은 덜 급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갔을 땐 큰 은행과 증권회사 등 금융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어 모두들
망연자실하는 분위기였다.
금년엔 조금씩 자신감을 비쳤다.
노무라, 미쓰비시 등 큰 연구소는 물론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도 한결같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지만 올해엔 0.8~1%선, 내년엔 1.5~2%선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높은 성장률에 비해 비교가 안되지만 지난 91년 버블이 깨진 이래
계속 바닥을 기던 일본경제가 드디어 상승궤도를 탔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면서 금융권을 비롯해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알려줬다.
일본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적자금 투입 등 적극적 정책을
쓰고 있으며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위에서부터 개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다이이치 간쿄은행, 후지은행, 니혼코교은행 등 3개 대형은행간
합병이 발표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그룹끼리의 합병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금융계가 스스로 개혁을 시작했으므로 이젠 산업계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늘 뒷북만 쳐왔다고 비난이 많았던 대장성 등 관료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이 굼뜨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일제히 따라 하기
때문에 기업구조조정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그렇다.
한국은 부가가치세를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20년 전에 시작했지만 아직
과세특례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뒤늦게 소비세를 도입하여 빈틈없이 운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5%의 소비세 때문에 지금도 1엔짜리를 주고받는다.
마침 도쿄에 있을 때 닛산자동차의 구조조정계획이 발표되었다.
무려 5개 공장을 폐쇄하여 2만1천명을 감원하고 하청공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파격적 구상이었다.
일본 사회는 괴롭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직장을 잃을 근로자의 참상보다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경영구조와
갱생여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대단한 구상을 발표한 새 닛산 COO(운영책임자) 카를로스 콘씨를
신뢰하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프랑스 르노사에 파견된 콘 사장은 "코스트 킬러(cost killer)"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또 경영자의 세대교체와 리더십 강화, 첨단산업의 개척,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경제협력 확대에도 적극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 첨단반도체,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정보통신분야를
일부 추월당한 것에 매우 충격을 받고 한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퇴관하여 게이오 대학 교수로 있는데 일본이 한
2년 준비하여 경제의 선순환축을 돌리기 시작하면 10년 안에 미일경제의
역전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높은 기술과 교육수준, 풍부한 자금, 월등한 직업정신과 근면성이 있으면서
도 제대로 된 국가전략과 리더십 부재로 근 10년째 바닥을 헤매던 일본경제가
이제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인기도 취임 초에 비해 많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이 초기의 위기수습과 구조조정에서 기세 좋게 나가다가 정작 한단계
더 뛰어야 할 시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