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맛깔스러운 한국전통음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역시
우리고유의 발효식품인 "김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나라든 예부터 전해오는 야채를 소금에 절인 저장식품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김치와 같은 맛의 발효식품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1~3세기께 죽순 가지 무 등을 소금에 절인 김치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한 김치는
고려시대에 오면 한층 다양해진다.

미나리 무 죽순 부추김치외에도 동치미 나박김치도 등장한다.

이때 이미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를 넣은 양념김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임진왜란뒤인 조선중엽에 고춧가루가 수입되면서 김치에는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

1776년 간행된 "산림경제"에는 고춧가루를 많이 넣은 배추김치 총각김치
가지김치 전복김치 굴김치는 물론 생선식혜 동치미 오이지까지 오늘날의
김치가 거의 다 등장하고 있다.

또 19세기 중엽에 이르면 지금과 똑같은 통배추김치 보쌈김치 섞박지가
상용된다.

1712년 사신으로 중국에 갔던 김창업의 "연행일기"에는 중국에 귀화한
한국인 노파가 옌징에서 배추김치 동치미 등 김치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18세기초에 벌써 김치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흥미있는 사료다.

아마 이 노파가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판 최초의 상인이 아닌가 싶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김치의
수출이 지난해 5백20억원에서 8백50억원으로 60%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농림부의 전망이다.

국내의 소비도 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치캔" 개발에 나선 기업도 있다는 소식이다.

김치가 암 예방과 다이어트 등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로 일본의 김치열기가
치솟아 "기무치"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다니 놀랍다.

피자맛에 입맛을 버려 김치를 잘먹지않는 우리 어린이들과 젊은세대들도
김치맛을 새롭게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