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가운데는 통신업체가 수익성에 관계없이 싼 요금으로 사실상
의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이를 보편적 서비스라고 한다.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최소한의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공익성 서비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내전화다.

현재 시내전화요금은 3분 45원으로 돼있지만 지역별로 따져 보면 수익성이
천차만별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서울 영동지역은 통화량이 워낙 많아 매출액이 강원도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 많은 이익을 낸다.

그러나 백령도같은 섬지역의 경우 통신망을 설치하는데 많은 돈이 들지만
통화량은 별로 없어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손해다.

통신업체가 이익만 고려한다면 서울 영동처럼 수익성이 있는 지역에서만
시내전화 사업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서지역이나 산간벽지같은 고비용.저수익 지역은 시내전화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거나 무척 비싼 전화요금을 내야 한다.

3분 통화에 예를 들어 1백원 이상의 비싼 요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에 대한 서비스도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

특히 정보화시대에는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소득의
차이가 생기고 "삶의 질"도 달라지는 새로운 불평등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보편적 서비스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공익성만을 내세워 통신업체에 적자를 무작정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통신만 해도 이제는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보편적 서비스에 따른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바로 주주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보통신부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오는 2000년 1월1일부터 공익성이 강한
통신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에 포함시켜 매년 적자분의 일부를 보전해줄
계획이다.

적자보전 대상은 시내전화와 공중전화 112, 113, 119같은 긴급통신
선박무선전화 등이다.

이중 선박무선전화는 항해하는 선박의 구조활동 등을 위해 선박과 선박및
12개 해안무선국 사이에 이뤄지는 통신이다.

국제기구에서 선박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적은
탓에 만성적자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은 이 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었으나 어민 등의 반대에
밀려 존속시키기로 했다.

또 시내전화의 일종이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드는 육지 전화국과 도서지역간
도서통신과 114 안내전화 등도 보편적 서비스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 114 안내전화는 한통화에 80원인데다 현재 상업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어 내년에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통부는 또 내년부터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시내.시외전화를 합쳐 월1백50
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은 월일정액을 한도로 해 시내.외 전화와 이동전화 삐삐 등의
통신요금을 50% 할인받게 될 전망이다.

보편적 서비스의 적자분은 이동전화회사 등 다른 통신업체들이 분담하게
된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이같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기는 손해를
매년 정산한 뒤 다른 통신업체들이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요금에는 변동이 없다.

정통부는 한국통신 등의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통신서비스의 지역별 손익을 분석, 차등 보전해줄 계획이다.

예컨대 시내전화의 경우 1백44개 통화권 별로 손익을 분석한 뒤 적자규모는
물론 인구분포 지형적 특성 등을 고려한 가중치를 부여해 차등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산정과 손실분담금 산정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적자분의 몇%를 보전하느냐는 문제는 물론이고 원가산정만 해도 당장
유선전화와 이동전화가 연결되는 접속료를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공중전화도 한국통신이 직접 운영하는 무인제와 상점 등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는 자급제에 적용되는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적자보전을 받으려는 한국통신 등과 가능한 한 부담을 줄이려는
이동전화 회사 등 다른 통신업체가 어떤 합의점을 이룰지 두고볼 일이다.

< 문희수 기자 mh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