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

정을병 한국소설가협회 회장은 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와 한국소설가협회가 공동주최한
작가포럼에서 "21세기와 제2공용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 회장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정보부족, 외교부재의 나라이며 이는 외국어
에 대한 소질이 없는 민족으로서 겪는 고통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해 국어와 함께 사용하는 싱가포르의 모델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3년안에 영어를 사내 의사소통 언어로 사용키로 한 SK(주)
의 예를 들면서 "국내 재벌의 판도도 영어를 공용화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말이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과거 한글 창제이후 한문을 써온 적이 있으며 유럽 각국에서도 영어 사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만큼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설가 백시종씨는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듯
언젠가 우리 소설도 대량 수출하는 그날이 와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위해
모국어처럼 영어를 쓸 수 있게 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정 회장의
주장을 지지했다.

반면 중앙대 신상웅 교수는 "정 회장이 우리 민족이 외국어에 대한 소질이
없는 민족이라고 표현한 부문은 근거제시가 어려운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싱가포르의 국가생성 과정과 우리의
경우는 다르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자씨는 "언어는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며 자연풍토의 산물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성격이 아니다"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대학이나 기업에서 영어를 상용화하고 많은 청소년이나 기업체 직원을 해외로
유학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는 대안을 찾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은 영어의 공용어 지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자유기업센터가 운동의
확산을 위해 마련했으며 문화계 인사 1백여명이 참석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