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우 < 한솔개발 대표 jwnam@hansol.co.kr >

영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기 힘든 처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관람하게 됐다.

스릴넘치는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 "보통영화"였다.

그런데도 몇가지 인상을 받았다.

우선 극장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의 극장은 영화 한편 상영하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한번 극장에 들어가면
몇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즉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극장은 영화관람뿐 아니라 연인들의 만남과 분위기있는 식사는 물론
쇼핑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내 의식을 새롭게 한 또 하나는 영화 자체다.

"큐브"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하나의 세트 안에서 기승전결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상영시간 내내 자극과 공포가 이어졌다.

한 세트 안에서 촬영했을테니 제작비는 얼마 들지 않았을 것이다.

호기심에 알아 본 그 영화 제작비는 단돈 15만달러.

대작 한편 만드는 비용이 수백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가 드는 점에 비춰보면
푼돈이라고 할 만하다.

"큐브"는 작년과 올해 미국과 프랑스에서 개봉돼 제작비의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비록 제작비를 얼마 안 쓴 영화일지라도 구성과 연출이 좋으면 관객이 많이
찾는 "괜찮은 영화"가 된다.

산업에서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적은 자본을 투자하더라도 창출해 내는
이익은 무한대가 된다.

하나 더, 산업자본이 넘쳐나는 외국에선 오히려 이런 소자본 상품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거대자본을 써 온 할리우드를 모방하는 데 급급하며
대자본의 블록버스터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큐브"-.

이런 영화는 정작 우리 한국에서 만들어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경제사정과 산업적 환경에 맞는 상품의 개발과 생산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이다.

외국의 유명상품이라고 우리가 모두 답습해야 할 "모범"은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