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의 수출이 1백35억달러를 돌파함으로써 지난 6월의 1백29억달러를
깨고 월간 실적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이 수출을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거의 모든 품목의
수출이 골고루 늘어난 덕분이라고 한다.

지난 9월의 수출신용장 내도액 역시 4년3개월만의 최고치인 15.5%의 증가율
을 기록함으로써 내년의 수출전망도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우리의 경제구조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지난 달의 수출증가율은 27%인데 비해 수입증가율은 48.5%로 88년1월의
59.7%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수입증가율은 지난 6월 30%선을 넘어선 이후 급증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들어 10개월 동안의 누계를 봐도 수출(1천1백47억달러) 증가율은 6%에
그친데 비해 수입(9백53억달러) 증가율은 25%나 됐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수입증가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이 큰 문제다.

10월의 용도별 수입증가율을 보면 소비재가 73%, 자본재 67%, 원자재 57%
등이다.

자본재와 원자재를 수입하지 못하면 수출이 불가능한 우리의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수출용보다 내수용 수입증가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수입급증이 초래할 대일적자의 심화 역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진작부터 올해 대일적자가 1백억달러에 육박하리란 전망이 나와있지 않은가.

이런 추세로 볼 때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2백5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는
물론이고 잠정치인 내년의 1백50억달러 흑자가 모두 어려울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2년께로 예상되던 무역수지의 적자 반전시점이 1~2년 앞당겨지리라는
어두운 추정도 있다.

무역흑자가 줄어들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2년 전에 날벼락처럼 닥친 환란도 바로 달러가 모자랐기 때문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업구조를 하루 아침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뜯어고치기는 어렵다.

게다가 과거처럼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입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그러나 수출을 위한 수입이야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내수용 수입은 국민
개개인의 결심으로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작년의 무역흑자 3백90억달러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사회분위기는 경기회복세를 타고 갈수록 느슨해
지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분에 넘치는 소비는 개인이나 나라에 모두 백해무익이라
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