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돌아왔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감된지 55일만이다.

서울구치소 문을 나서는 그는 몇달 전보다는 야윈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하는 증권가는 술렁이고 있다.

주가는 이미 며칠전부터 2차 대세상승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현대증권 회장으로 다시 집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가 다시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여의도를 설레게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한국경제를 살려내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
이라는 점에서 뭔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의 존재의미를 확인시켜 줬다.

이익치 회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여의도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익치 회장이 여의도에 얼굴을 내민 것은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증권에 관한한 문외한이었다.

그런 그는 이제 증권계의 대부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IMF로 한국경제는 끝났다고 이야기할 때 그는 홀로 "희망"을 말했다.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온 국민을 주식부자로 만들겠다"며 바이코리아의 깃발을 내걸었다.

IMF로 무참히 짓밟힌 증시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처럼 보이던 "종합주가지수 1000" 고지를 이렇게
넘었다.

기업들은 값싼 자금을 끌어들여 빚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상최대의 실적이라는 값진 열매도 맺었다.

한국경제는 이렇게 부활했다.

이익치라는 이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게 됐다.

그 속에는 "희망과 기대"라는 이미지가 담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구속됐을 때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렸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강경론도 많았다.

그러나 "그를 구속시켜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키도 했다.

반재벌정서가 강한 한국땅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그는 상징적이다.

마침 이 회장이 구속된 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정말 무기력했다.

그가 구속되던날 950을 기록했던 주가는 아무힘도 써보지 못하고 종합주가
지수는 800선 마저 뚫렸다.

증시는 이제 끝났다는 말도 나왔다.

사람들은 이회장을 그리워했다.

누군가 나서서 어려움을 앞서 헤쳐 나가 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또 우연이긴 하지만 그가 곧 풀려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몇일전
부터 주가는 강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익치 주가"가 다시 힘을 발휘하는게 아니냐는 농반진반의 이야기가
여의도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증시는 이 회장의 복귀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도 어느때보다 좋다.

외국인도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국내기관들도 다시 출진할 채비를 마쳤다.

불안하기만 하던 금융시장도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있다.

밑그림은 대충 그려진 셈이다.

이제 화려한 색을 칠할 유능한 화가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증권 회장의 직함을 계속 가질 것으로 보인다.

올초처럼 활발한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듯이 보인다.

우선 현대증권이 행보가 관심이다.

현대증권은 이 회장이 나오는 시점부터 바이코리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별러 왔다.

회장이 당한 불명예를 만회하는 길은 이회장이 내건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었다.

현대증권이 움직일 경우 다른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돌아온 이 회장, 그리고 현대증권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