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진국들이 전자금융을 21세기 핵심산업으로 지목하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러 경제전문가들은 90년대 들어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성장
원동력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벤처산업을 적극 육성했다는 점, 그리고
둘째가 바로 최첨단 기술로 한발 앞서 나가는 금융산업이다.

미국은 이미 90년대초부터 금융업계의 주간영업을 허용하고 업종간 영역을
허무는 등의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현재 미국은 국제금융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의 핵심은 전자금융 시스템의 도입이다.

정부차원의 과감한 인프라 지원에 민간기업 스스로의 투자와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성장엔진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이다.

미국은 전자금융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중 하나다.

지난 94년 이미 인터넷 은행이 등장했다.

당시엔 20여개에 불과했으나 지난 97년 2천개를 넘어섰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금융의 폭발적인 증가는 무엇보다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강점 때문이다.

컨설팅업업체 부즈앨런에 따르면 기존 은행을 통한 거래비용이 건당 1달러
가 넘는 반면 사이버거래는 단 1센트면 충분하다.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도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미국 총 주식거래의 37%를 사이버 거래가 차지했다.

인터넷 주식계좌수도 5백만개를 돌파했다.

이제 아예 점포가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증권사의 등장은 물론 가상증권거래
소의 출현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금융산업이 비교적 낙후된 국가들도 90년대 중반 이후
금융개혁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제조업에 비해 금융산업은 낙후성
을 면치 못했다.

결국 지난 95년 하반기부터 현 금융상황으로는 더 이상의 경제발전이
힘들다고 판단, 금융개혁을 전격 단행했다.

이제 그 결실로 오랜 금융부실을 서서히 제거해 건전성과 효율성의 측면
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신금융정책의 핵심도 역시 미국과 다르지 않다.

전자금융 시대를 준비하는 대형 은행끼리의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자산기준 세계 상위 10개 은행중에서 일본은행이 4개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
기관들이 탄생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화를 통해 전자금융을 위한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엔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과 증권업에까지 초대형 인수합병이 확산되고
있다.

또 온라인투자은행이 설립되는 등 아예 전자금융만을 위한 금융기관들도
선보이고 있다.

< 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yuyj@seri-samsung.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