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간 석유화학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 성사여부가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빅딜 대상기업인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42개 채권금융기관들은
3일 모임을 갖고 이들 두 회사의 구조조정 추진을 맡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한빛은행 등 6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이 운영위원회는 앞으로 양사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한다.

이날 채권단 회의에선 부채의 출자전환 등을 위해선 현대와 삼성그룹이
일정정도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채권단은 또 빅딜이 이뤄지려면 일본측이 현대와 삼성의 대산단지 통합법인
에 2조3천억원을 투.융자한다는 계획서를 공식적으로 보내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사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 대산단지 통합추진본부 및
현대 삼성측과 모임을 갖고 빅딜을 협의했었다.

이 자리에서 사업구조조정위는 미쓰이 등 일본 투자선이 공식적인 투자제안
서를 해오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유화 빅딜이 단순한 채권단과 관련업체간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정부나 재계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빌린 업체가
알아서 풀 문제라는 것이다.

3일 발족한 채권단 운영위는 따라서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산단지 통합본부측은 최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측 투자선을 만나
빅딜문제를 협의하는등 일본 자금을 들여와 통합법인을 세운다는 당초 계획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아직 통합본부측 주도의 빅딜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앞으로 유화 빅딜이 어떻게 될지는 통합법인에 2조3천억원을 투.융자키로
한 일본측의 태도에 일차적으로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