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케이블모뎀을 생산하는 크로스텍(대표 강주형)등 7개 벤처기업이 개인투자자
(엔젤)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연 이 엔젤마트엔 4백2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참석해
행사장 안을 가득 메웠다.

업체들이 이날 하룻동안 투자의향서를 받은 것만 총 16억원.

첫날 실적이 이 정도면 목표금액 51억원을 훨씬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월 중진공이 엔젤마트를 열기 시작한 이후 최대 투자유치실적을
기록하는 셈이다.

중진공 엔젤마트는 "열린 엔젤공간"이다.

누구나 엔젤로 참여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엔젤조합이나 클럽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진공은 한달에 한번꼴로 투자설명회 연다.

여기엔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있는 개인투자가들이 보통 2백~3백명씩
참석한다.

"아줌마 부대"는 물론 넥타이를 맨 회사원, 수십억원을 굴리는 자산가 등
다양한 엔젤들이 모인다.

지금까지 아이디진 등 14개 업체가 이 엔젤마트를 통해 44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유명 엔젤클럽에 못지 않은 투자규모다.

김범규 중진공 벤처창업팀장은 "일반대중의 엔젤투자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개방형 엔젤마트를 열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중진공 엔젤마트가 중진공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엔젤투자에서
싹을 틔웠다는 점.

올 3월 중진공 임직원 40명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파이오니아메탈
(대표 석창환)이란 회사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세계 네번째로 극세(극세)금속섬유를 개발하고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증자를 추진하던 터였다.

마땅한 투자기관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중진공
직원들이 5백만~2천만원 정도씩을 모아 투자했던 것이다.

당시엔 생소했지만 전형적인 엔젤투자였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연스럽게 투자가를 모집했던 경험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엔젤클럽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그때 그 씨앗이 지금의 엔젤마트로 열매를 맺고 있다.

(02)769-6647

< 차병석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