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명호근 사장은 "재계의 기린아"로 통한다.

경영수완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회사를 정상화시킬 줄은 몰랐다는
놀라움의 표현이다.

사실 작년 10월 명 사장이 쌍용화재를 떠나 쌍용의 주력기업인 쌍용양회로
옮겨 왔을 때만 해도 회사 주변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금융통이었지만 제조업체 경력은 전무했었다.

더구나 당시는 자금난으로 회사사정이 아주 어려웠던 때였다.

당장 그에게 떨어진 과제는 엄청난 부채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난감하더군요"

이미 한보 삼미 진로 기아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악화로
좌초한 터였다.

그러나 명 사장의 지휘는 일사불란했다.

상호지급보증이 돼 있는 쌍용건설과 남광토건에 대해선 워크아웃을 신청
했다.

채권단과 쌍용자동차 부채처리 조정협상을 벌여 이자부담을 줄이는데 성공
했다.

이어 알짜 계열사인 쌍용정유 지분 매각작업에 착수, 쌍용양회의 미래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렇게 되자 임직원들은 명 사장에게 거의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일단 결정된 일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에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표시했다.

또 우량기업으로서 가졌던 자부심도 되찾았다.

쌍용양회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흑자라는 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IMF 사태를 맞아 난파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다시 반석 위에 올라앉은
셈이다.

"쌍용양회의 역사는 지금부터 다시 써야 합니다. 쌍용양회는 반드시 새로운
세기의 중심에 서 있을 겁니다"

명 사장은 요즘 21세기 비전을 가다듬기 위해 동해공장을 자주 찾는다.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해돋이를 보면 희망과 확신이 솟아나기 때문이란다.

< 조일훈 기자 jih@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