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의 돈키호테.

약간 모자라는 괴짜기사다.

일본 심야상권의 정상에 오른 돈키호테도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의 이단아로 통한다.

''심야영업'' ''디스카운트'' ''엄청난 상품구색'' 등 세가지 전략으로 해마다
이익이 2배이상 증가하고 있다.

''나이트마켓''이라는 일종의 충동구매시장을 개척해 냈다.

밤축제에 몰려드는 사람의 심리를 활용하는 ''역전의 발상''으로 소매업의
상식을 무너뜨렸다.

밤이 깊어가면서 주택가 대형건물의 옥상에서 네온사인이 빛을 더해간다.

''게키야스''의 덴토''.

값싼 물건의 전당이라는 의미다.

점포안은 파격적이다.

정글을 방불케 한다.

천장에서부터 상품이 드리워져 있다.

좁은 통로가 상품으로 가득하다.

흡사 서커스단의 뒷무대다.

어지럽게 설치된 선반이 통로를 미로로 만든다.

미로를 통해 자꾸 안쪽으로 빨려들어간다.

상식을 깨뜨리는 분위기다.

돈키호테의 전략 가운데 하나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그러나 할인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웠다.

그래서 오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상품구색도 크게 늘렸다.

그뿐만 아니다.

1+1=2 이상의 효과를 올리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그 답이 바로 "어뮤즈먼트의 제공"이었다.

"소비는 감동으로부터 이뤄진다. 기쁘고 즐겁고 흥분과 감동이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어떻게 점포안에 만들어낼까"

무일푼으로 할인점을 일궈냈던 야스다 다카오(50) 사장이 경험으로 내놓은
해답은 "압축진열".

충동구매를 즐기는 일본인의 소비심리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통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충동구매는 72%로 미국의 47%에
비해 훨씬 높다.

이같은 충동구매심리를 유도하기 위해 진열선반을 1백80cm에서 2백10cm로
높였다.

다른 점포에 비해 높다.

점포내 통로를 최대한 좁혔다.

시계가 나빠진 손님이 미로에서 길을 잃은듯 착각을 일으킨다.

상품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손님의 호기심이 발동된다.

상품을 발견하면 그만큼 기쁨이 더해진다.

손님이 점포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보기 쉽고 고르기 쉽고 사기 쉽고"가 아니라 "보기 어렵고 고르기 어렵고
사기 어려운" 매장 만들기라는 역발상을 한 것이다.

돈키호테는 19개 점포를 갖고 있다.

연 매출 4백30억엔에 경상이익은 31억엔.

지난 88년 1호점을 낸지 불과 8년만에 매출 1백억엔대를 돌파했다.

지난 한햇동안에만 9개점포를 새로 냈다.

매출은 80%가 늘어났다.

이익은 2.3배나 급증했다.

장외시장에 공개된 것은 96년 12월.

그후 1년4개월만인 98년 3월에 2부에 상장됐다.

2년전 3천엔이던 주가가 지난해에는 6천엔으로 뛰었다.

최근에는 2만6천4백엔까지 올랐다.

소비불황속에서 돈키호테 신화를 창출해낸 주인공 야스다 사장.

그는 초등학교 4학년때 돌장난을 치다 왼쪽눈을 잃었다.

명문 게이오대학을 졸업했지만 남들처럼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았다.

조직에 얽매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지난 78년 도쿄 스기나미구에 쥐구멍만한 할인점을
냈다.

도둑놈이 훔친 물건을 쌓아둔 것 같다고 해서 "도둑시장"으로 이름붙였다.

그러나 실패였다.

점포안은 재고로 가득 찼다.

셔터를 열어 놓은채 혼자서 마감을 하고 있을때 영업중인줄 알고 손님이
뛰어들었다.

1엔이 아쉬웠던 그로서는 손님을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심야영업 압축진열은 야스다 사장이 역경에서 찾아낸 기법이었다.

심야마켓 개척으로 도둑시장이 궤도에 올랐지만 이익은 늘지 않았다.

야스다 사장은 고민끝에 도매상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89년 심야영업과 압축진열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돈키호테를 냈다.

도매상으로 쌓은 상품력과 자금력으로 심야영업 평정에 나선 것이다.

94년 2호점을 내면서 다점포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돈키호테는 5~6년안에 80개의 점포를 낸다는 목표다.

도쿄중심가 긴자 신주쿠등 도심의 요지진출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유통업의 상식과 경영학의 판매이론을 깨뜨린 역의 발상으로 심야마켓시대를
개척한 야스다 사장.

돈키호테식 발상으로 심야시장을 완전 평정할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