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양회 ''명호근 사장''

"최고경영자는 목표만 제시하면 돼요"

명호근 사장은 선이 굵은 경영인이란 평을 듣는다.

일단 목표가 제시되면 임직원들에게 최대한 재량을 준다.

시시콜콜한 일은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중간에 방침을 바꾸거나 목표를 수정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임직원들로선 더욱 강한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초 생산계획을 짤 때의 일이다.

당시 영업라인 실무자들은 국내 경기상황이 불투명한 점을 들어 1천2백만t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97년과 크게 다를 바없는 보수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생산쪽 임직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해외 사정도 좋아지고 있는 만큼
1천5백만t 생산을 주장했다.

논란이 거듭되는 2시간여동안 명 사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얘기가 길어지면서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여러 견해를 듣고 심사숙고하던 명 사장은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마쳤다.

"1천5백만t을 생산하세요. 판매는 내가 책임지겠소"

명 사장의 이런 스타일은 인화경영으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을 중하게 여긴다.

인화를 도모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평소 "기업은 사람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최종적인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30여년동안 몸담았던 금융계에서 체득한 경영철학이다.

명 사장은 또 직원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경영인이다.

경우에 따라선 혹독하게 다룰 때도 있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 열과 성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주변여건이 어려울수록, 기업환경이 빨리 달라질수록 조직원 모두가
솔선수범하도록 주문한다.

"경영자가 아무리 좋은 목표를 제시하면 뭐합니까.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진정한 기업가치는 자율과 창의성에 달려있다는게 명 사장의 믿음이다.

이 믿음은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