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는 화장품 위생용품 세제를 생산하는 일본 굴지의 업체다.

이 회사는 경쟁사인 라이온과 세차례에 걸쳐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가오의 승리.

비결은 간단했다.

고객의 불평을 소중히 여긴데 따른 것.

이 회사는 고객의 불평을 회사의 큰 자산으로 생각한다.

제품개선의 원천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가오는 이미 1930년대 중반 소비자연구소를 설립했고 70년대초 이름을
소비자정보센터로 바꿨다.

또 70년대 후반부터 "에코(ECHO)"라는 소비자 상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시스템 활용방식으로 발전됐다.

문의전화가 오면 상담원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제품과 고객정보를 꺼내 상세히
설명한다.

마주앉아 상담하는 것과 다름없다.

고객의 지적사항은 관련부서에 즉각 피드백된다.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는 고객소리듣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팔 때 고객만족평가표(CS Sheet)를 동봉한다.

제품 사용후 1개월뒤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경품을 주고 있다.

샤프는 고객소리듣기를 기업성장의 엔진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중시한다.

고객만족을 부르짖는 업체가 늘고 있다.

때로는 "고객감동" "고객졸도" 경영으로 격상시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평불만이 접수되면 일선 담당자들은 대충
넘기려 하는 경우가 많다.

불만이 있는 소비자는 언성이 높게 마련이고 하루종일 이런 소비자를 대하면
불쾌지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언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을 맡고 있는 한행수 대표이사는 맞춤아파트인 쉐르빌
분양현장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몰리자 짜증이 난 경비원이 고객에게 불친절
하게 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다음날로 그만두게 했다.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맞춤주택이라는 획기적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작 분양현장에서 고객에게 불만을 안겨준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

한국 기업들은 고객만족을 외치기에 앞서 소비자의 불평을 수용하고
처리하는 자세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불평 처리는 고객만족의 출발점이고 이를 얼버무리면 회사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