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로 나앉은 인간의 욕망. 섬뜩하리만큼 직설적인 그림속에서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세상밖으로 드러낸 화가를 만난다"

감각적인 이미지로 신랄하게 세태를 풍자해온 안창홍이 14일까지 노화랑
(02-732-3558)과 갤러리 사비나(02-736-4371)에서 개인전을 연다.

최근에 그린 아크릴화와 드로잉 50여점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그가 집중해오던 권력과 욕망이 여전히 주제다.

하지만 이를 해부하는 코드는 "파리떼" "똥" "혀".

그는 세 개의 코드로 권력과 욕망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갈기갈기 발긴다.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두 남녀의 육체위에서 스멀거리는 파리떼(남자1,
여자2), 기괴한 표정을 지은 채 웅크려 똥을 싸는 화가(화가의 똥) 등
직설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내면을 갉아먹는 인간의 권력과 욕망에 야유와
독설을 퍼붓는다.

특히 "술과 혀" "혀와 혀"를 통해서는 감각의 극단으로 치닫는 세기말의
인간상을 묘사했다.

그는 화려한 색채속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때문에 색상의 화려함은 금세 수명을 다한다.

특히 "들꽃처럼 지다"에서 선혈을 흘리며 눈을 감는 한 젊은이의 초상은
암울했던 군사독재의 잔영을 떠올리게 한다.

안씨는 "신랄한 풍자를 통해 20세기 플라스틱 문화의 경박함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이중성을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