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일어난 대형화재는 우리 어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에 대한 반성은 차치하고라도 기성 세대가
생각하는 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소위 N세대니 Y세대라는 대표성으로 규정되는 요즘 중고생들은 예전의 그
나이 또래와는 달리 높은 소비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쯤은 그들의
용돈만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들의 경제력이 인정받는 만큼 기업들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10만원이 넘는 고급 청바지나 고급 브랜드의 가방을 든 학생들을 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소비 잠재력에만 눈을 돌렸지, 그들의 정서적 공감과
이해에는 인색했다.

기업이 성공적인 마케팅활동을 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건전한 문화와 도덕적 책임감이 공존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울려대는 휴대폰을 보며 중고교 선생님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팔기에만 급급했지 올바른 사용 예절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술을 팔아 돈을 벌 생각만 했지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문화에
일조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외국의 경우 세계적 CPU생산업체인 인텔은 기업광고 못지 않게 각급 학교에
컴퓨터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물품 제공이 아니더라도 장학금이나 특별활동 지원 등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
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청소년이 타깃인 제품은 마케팅 활동에서도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업의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요즘,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들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우리의 자녀이며 가족이다.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의 명복을 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