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번째 선물, 달력만한 게 없다"

올해는 달력인심이 후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경기가 완연하게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달력주문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유통업체 중소기업들까지 판촉용 달력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은 "새천년 첫해"여서 달력의 의미가 예년과는 다르다.

선물로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이런 점을 감안, 기업들은 대부분 고급스런 "명품"을 주문하고 있다.

달력제작에 돈을 아끼지 안겠다는 자세다.

이 통에 달력 제작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작년보다 적어도 50%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력 업계에서 추산하는 올해 달력생산 물량은 6천만~7천만부.

금액으로는 1천억~1천5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5천만부도 안됐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한마디로 "밀레니엄 특수"다.

대기업그룹들은 대체로 내년 달력을 1백만부이상 찍어 돌릴 계획이다.

작년엔 경제위기 때문에 물량도 적었고 페이지도 줄였었던 것 과는 달리
올해는 고급종이를 사용한 달력을 대량으로 찍는다는 계획이다.

그룹사들은 이미 달력업체에서 모델을 정해 놓은 상태.

계열사별로 나누어줄 부수를 정하는 중이다.

은행 백화점들도 작년보다 달력을 50% 안팎 씩 늘려 제공할 예정이다.

1백~3백부 정도씩 만들던 소규모기업들도 올해는 대부분 1천부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게 달력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달력 인쇄업체들이 몰려있는 서울 중구 인현동 인쇄골목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벌써부터 대목이다.

예년 같으면 이제 판촉을 시작할 시점이지만 올해는 주문이 밀릴 것을
예상해 기업들이 10월말부터 주문을 시작했다.

대형업체들은 이미 상당한 물량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달력 인쇄업체 명보카렌다 김배중 상무는 "기업들은
주문량을 늘린 데다 고급용지와 특색있는 디자인을 원해 대체로 작년보다
달력제작 예산을 2배정도 더 잡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디자인에 기업이름을 집어넣는 것 보다는 제작비가
들더라도 자체제작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내년달력은 탁상용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체 달력 물량에서 탁상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안됐지만 내년엔 20%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첫년 첫해여서 벽걸이와 탁상용을 함께 주문하는 기업이 많아진 탓이다.

소형 달력 자체의 수요도 늘었다.

가정에서 벽에 못을 박기 싫어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달력제작 업체들은 새로운 개념의 달력을 만드는 데도 열중하고 있다.

새천년의 "선물"로 달력이 인기를 끌 것이기 때문이다.

탁상이나 식탁에 놓는 다양한 형태의 소형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팬시상품과 달력을 겸한 기획상품을 제작하는 곳들도 있다.

기존의 달력과 형태가 같은 벽걸이용은 종이의 재질이나 스프링, 걸게장치
등을 독특하게 만들어 고객을 끌고 있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