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한동안 금융대란설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더니만 최근엔 대란설만
있고 대란은 없다는 투로 바뀌었더구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툭 던진 말이다.

크게 두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는 언론들이 괜히 있지도 않은 금융대란설을 퍼뜨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원망의 표시다.

다른 하나는 금융대란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대책을 만들어 시행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후자의 경우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대우사태이후 무려 네번의 시장안정대책을 쏟아냈다.

8.26 9.18 10.4발표에 이어 4일 대미를 장식하는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
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대책에는 대란의 근인으로 지적되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이
구체화됐다.

대우그룹해결방안부터 투신사문제 환매대책 각 금융기관별 손실보전대책까지
말그대로 종합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금융시장도 대란설 불식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24.67포인트나 상승, 900선을 훌쩍 뛰어넘은게 대표적
반증이다.

이날 발표를 계기로 "대란은 없다"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정부의 공이다.

그러나 전자에 대해선 결코 수긍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9월14일자에 "금융대란설 급속확산"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수면아래서 떠돌던 금융대란설을 처음으로 공론화시켰다.

이 기사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금감위 재경부 청와대가 전방위로 나서 "대란은 없다"며 금융시장불안의
책임을 언론탓으로 돌렸다.

금감위는 "대란설을 보도한 저의가 뭐냐"고 따졌다.

대란설의 진원지를 밝혀 응징하겠다며 증권 투신업계를 들쑤시기도 했다.

여기서 대란설보도가 무조건 옳았다는걸 주장하자는게 아니다.

금융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정확히 전달한 대란설 보도는 정부의 민첩한 대응을
끌어내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9월과 같은 상황이 도래하면 또 다시 대란설을 보도할수 밖에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언론이 할 일인 동시에 대란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