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신 <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의사 >

코리안 시리즈 7차전, 한해의 야구를 총결산하는 시합때다.

점수는 6대5, 9회말 2사 만루에서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을 실수로 놓치는
바람에 경기는 역전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그 유격수는 법정에 세워졌고 코리안 시리즈 패배의 책임을
물어 징역 7년형이 선고됐다.

만약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모든 사람들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실수한
것 갖고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해도 너무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모른다.

보도에 의하면 "부실 건물을 짓거나 또는 불량식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게 됐을 경우 최고 7년까지 형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한
국회의원이 입법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실수를 한 의사의 경우에도 똑같은 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렇게 좋은 법을 이제야 만들어 만시지탄"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사들은 "어디 그런 법이 있느냐"며
어처구니 없어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은 생각지 않고 하는 고의적 또는 의도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과 잘 해 보려다 실수한 것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행위는 순간적이다.

조그만 실수에 의해 환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수가 인정될 경우 의사들은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체형까지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치료에 나설지
두렵기만 하다.

법의 원리는 "만인에 대한 평등"이다.

그런데 조그만 실수도 인정치 않는 법을 꼭 의사에게만 적용해야 하느냐고
항변하고 싶다.

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내고, 신문에서 오자가 발견되고, 음식을 먹다가
돌멩이가 나오고, 커피잔을 나르다 손님에게 쏟고, 범인을 좇다가 놓치고,
공무원이 법 해석을 잘못해 집행하거나, 판사가 잘못 판결을 내려 선의의
사람이 체형을 입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이 모두 체형을 받아야만 하는지 의아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