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임기가 끝나는 전국은행연합회장 후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은행총회가 12일로 다가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후보감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들도 많다.

현 이동호 회장의 유임설이 나돌기도 하고 전직 재무부장관이 물망에 올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지어 10여년 전에 대출비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은행장마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줄잡아 10여명위 금융계 인사들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동창끼리 경쟁이 붙었다는 소리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하는 식의 음해성 루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실세에 줄을 대고 있다는 설, 고위 정부당국자가 누구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설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얘기를 듣는 일반인들 입장에선 은행연합회장이 마치 대단한 권한과
이권이 걸려있는 자리로 보일 수 있다.

일견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은행연합회장은 8개 금융기관협회장중에서도 좌장이다.

또 22개 은행장들을 수시로 불러 회의를 한다.

게다가 반강제성 지시도 내려보낸다.

이쯤되면 할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정작 은행연합회장을 뽑는 위치에 있는 은행장들은 의외로 조용하다.

아니 속으로 불만을 삭이고 있다.

"이번에도 (위에서 낙점해)내려오는 사람에게 찬성표를 던져야 하나"라며.

은행장들은 현재 연합회가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현재 은행연합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의 하수인 역할밖에 더했느냐" "대정부 로비에서 보험사를 이긴 적이
있느냐" 등등.

목에 까지 차올라 있는 말들을 꾹꾹 참았다가 한꺼번에 쏟아내는 은행장들도
없지 않다.

일부 은행장은 아예 은행연합회장직을 비상근으로 만들어 은행장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자는 의견도 내놓는다.

전경련이나 일본 은행연합회처럼.

은행연합회가 지금처럼 관료화돼있는 이상 존재의미가 없다는게 은행들의
생각이다.

은행들은 연합회가 은행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해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이는 새로 취임하는 은행연합회장이 담당해야할 몫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같은 비전을 내놓고 당당하게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괜한 쑥덕공론만 커지는 모양이다.

< 이성태 경제부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