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장밋빛 환상에 젖은 한 주였다.

마치 연초에 세계 증시의 동반상승세가 다시 찾아온 듯한 분위기였다.

주중 엔화 가치는 예상대로 달러당 1백4엔~1백6엔, 유로화 가치는 1.04~1.05
달러대에서 움직였다.

국제금리는 국채발행 물량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미국과 유럽금리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투자행태중 눈여겨봐야
할 두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선진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전통적인 투자대상에서 제외해 왔던
벤처기업을 비롯한 고위험 자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이버 거래가 활성화되고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자산운용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소위 시스템 투자가 보편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가지수 편입비율에 따라 대형우량주를 자동으로 사고 파는
"인덱스 트래킹"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류에 따라 국제투기자금들이 실물자산과 위험관리 차원에서
파생금융시장에 몰리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환율을 비롯한 금융변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이번주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은 기본적으로 지난주와 비슷하다.

현재 엔화를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세계 31개국의 무역규모를 가중
평균한 실질실효환율을 구해보면 어느 정도 적정수준에 도달해 있다.

유로화 가치만 저평가돼 있을 뿐이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것도 인플레 예방차원
보다는 저평가된 유로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이번주에 일본의 추경예산이 발표된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일본
은행의 시장개입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느낌이다.

지난주에 발표된 연준리의 경기진단 보고서인 "베이지 북"에서 이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10월중 임금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게 발표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주 10일과 12일에 발표되는 10월중 생산자물가와 3.4분기 단위노동
비용이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주 엔화 가치는 1백4~1백8엔, 유로화 가치는 1.03~1.06달러대가
중심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리는 지난주에 이어 완만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시아 금융시장은 안정감이 한층 더해지는 한 주가 될 것같다.

여전히 정치권의 난맥상과 부패문제가 금융시장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나
한국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 주식자금의 유입으로 달러화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저금리
유지차원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원화 절상
을 용인하는 감이 없지 않다.

현재 원화 가치는 금리와 외환보유고, 명목환율의 변화를 고려한 외환시장
압력 추이로 볼 때 어느 정도 적정수준에 근접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환보유고 확충과 금리안정으로 기초여건이 견실해짐에
따라 전염효과에 의한 외환시장 불안정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원화 가치가 시장여건을 반영하여 절상되더라도 커다란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과거보다 효과가 약화되긴 했지만 수출증대 차원에서 급격한 원화
절상은 방치돼서는 안될 것이다.

<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8일자 ).